한국 사회에서 대마초의 금기는 과연 언제쯤 깨질 것인가.
 
‘대마초가 술과 담배보다 나쁜 나라’인 한국에서도 최근 이같은 금기에 균열을 내는 선언과 행동이 잇따르고 있다.

2일 오후 문화연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한국독립영화협회 등이 주최한 ‘대마관련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 지지 및 대마 비범죄화 요구 선언’ 기자회견장에선 대마초 합법화를 요구하는 각계 인사들이 참석, 금기파괴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선언은 지난해 10월 대마초를 금지한 법률이 위헌이라며 위헌신청을 낸 영화배우 김부선씨에 대한 재판이 오는 8일로 다가온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단속과 처벌 대신 ‘인권의 다양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이날 선언에서 영화배우 김부선씨는 “국가에 의한 개인의 지배를 토대로 공포와 위험을 강조하는 국가에 굴복했던 과거를 극복해야 한다”며 “인권 침해적 단속과 무자비한 처벌 중심의 수사를 중단하고 대마초 사용자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김부선씨의 변호인인 김성진 변호사는 위헌신청 제청에 나선 이유에 대해 “한국약물남용연구소 주왕기 소장에 따르면, 대마를 흡연했을 때는 환각작용이 나타나지 않고, 중독성도 담배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범죄율 재범률 역시 일반범죄의 재범률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사법당국의 견해를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또 “대마초에 대해 과도한 규제를 하는 나라들은 아직 민주화되지 못한 나라들이거나, 자본과 황색언론의 공격으로 규제를 선도하는 미국밖에 없다”며 “담배나 알콜 등 유사기호생활자들과의 차별취급으로 개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검찰은 아무런 반박도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선 그동안 대마초 문제로 ‘법적 구속’을 당해온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 눈길을 끌었다.

가수 신해철씨는 지지발언을 통해 “지금 대마초 문제가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두고싶다”며 “국가권력의 공포캠페인으로 인한 불필요한 공포에서 해방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마초 흡연과 관련 누구보다 많은 고초를 겪은 가수 조덕배씨 역시 “대마초가 분명 마약이 아님에도 30년간 가요계를 괴롭혔고, 나 역시 (과도한 대마초 규제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다”며 이날 회견장에 참석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김부선씨의 위헌신청 활동과 관련 “대마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첫 번째 문제제기를 3류 에로배우인 김부선씨가 제기했다고 해서 꼼꼼이 따져보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3류임을 반증한다”며 “이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게 시민사회의 임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지지발언에 참가한 이들 중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이는 가수 전인권씨였다. 회견 자리에서 즉석원고를 작성, 마이크를 잡은 가수 전인권씨는 “대마초 관련 법적 구속으로 인해 아직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도 다음과 같이 국가권력을 ‘유쾌하게’ 비꼬았다.

“(국가권력은) 30년간 나를 반성시켰다. 이것은 전인권이란 인간만들기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잡아가둔다는 건 정말 나쁜 일이다. 그로 인해 아직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이렇게 단순화해 말씀드리고 싶다. 헌법은 좋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필요한 것이다. 술과 담배도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것이다. 대마초도 좋은 건 아니지만, 필요한 것이다. 그뿐이다. 그리고 섹스는 당연한 것이다.(웃음)”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존 레논이 마리화나를 피우며 반전운동을 할 때, 미 정부에서 그를 잡아가두려 했던 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전쟁과 대마초 중 무엇이 더 인류에 해로운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8일 수원지법에서 열리는 위헌신청 재판과 관련, 이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3.8필승 비대위’는 재판방청 투쟁 등 적극적 ‘대마 합법화’ 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오랜 ‘대마초 금기’에 의미심장한 균열이 생길지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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