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부인의 ‘땅투기’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청와대가 이 부총리 ‘유임’ 의사를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땅투기 의혹이 국민정서에 반하긴 하지만, 경제가 어려운 상태에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고 앞으로 여러 중요한 경제정책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유임’한다는 것이 근거였다.
 
청와대는 2일 김종민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이 부총리가 안정적 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국민과 언론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한다”며 “지금은 우리 경제를 위해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매우 필요한 시기이고, 이 부총리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정책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이 부총리가 지난해 연말 사의를 표명해 왔으나 경제가 어려워서 지금까지 만류해 왔다는 점도 지적됐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이 부총리에 대해 사실상의 ‘면죄부’를 쥐여준 셈이다.
 

 
김 대변인은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의 뜻이나 허락을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이 부총리에 대한 조사 여부에 대해서도 김 대변인은 “일단 지적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나 사실관계는 재경부를 통해 확인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청와대의 입장은, 최근 ‘대통령은 이헌재 부총리와의 전쟁을 선포하라’는 민주노동당의 논평이나 ‘이헌재 경제부총리 스스로 용퇴해야’ 한다는 참여연대 논평, 그리고 ‘위장전입에 명의신탁, 이 부총리는 자진사퇴하라’는 경실련의 기자회견 등 정당·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반하는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8일 경제민주화운동본부 명의로 논평을 내고 “이 부총리 부부는 종합 부동산 투기세력을 방불케 한다”며 “투기사령탑을 전면 교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이와 관련 “이헌재 부총리 부부는 서울 한남동, 경기 광주, 충북 충주 등 전국의 임야, 논, 밭, 빌라, 오피스텔 등 다양한 부동산에 여러 차례 투자, 수십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렸고 부동산 매입과정에서 위장전입의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 부총리는 자신의 장남과 장녀의 재산공개를 거부했지만 관보에는 이런 사실이 누락된 것으로 밝혀지는 등 의혹의 범위가 가족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은 또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한다던 노무현 대통령은 이 부총리 투기 의혹에 대해 ‘별도로 말할 사항이 아니’라며 벌써부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어물쩡 후퇴시키며 이 부총리 감싸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은 이와 함께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의 ‘재경부 차원에서 사실 관계에 대해 정리하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재경부 수장의 비리에 대한 조사를 재경부에게 맡기는 것으로, 최소한의 객관성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 엉터리 해법”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도 28일 논평을 내고 “이헌재 부총리는 경제부처 수장으로서 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스스로 용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명백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경제부총리가 불법적 행위를 통해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어떻게 정부경제정책에 신뢰를 보낼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또 “이 부총리는 이해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벤처기업의 주식을 취임 후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고, 취업청탁 문제, 취임전 고액의 자문료 수수 등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여 왔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와 함께 “적어도 부동산 정책 등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 장관으로서 일반 국민에게 이를 따르도록 할 도덕적 정당성과 자격을 상실한 것은 분명하다”며 “이 부총리 스스로 용퇴하는 것이 고위공직자로서 적절한 처신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실련은 2일 오전 이 부총리 자진사퇴와 부동산 투기 근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위장전입에 명의신탁, 이 부총리는 자진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회견에서 “이 부총리와 부인이 위장 전입과 명의 신탁 등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 수법을 동원해 막대한 재산을 벌어들인 점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또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청와대 역시 이 부총리의 과실에 대해 정확한 사실 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김세호 건교부차관 등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공직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부동산투기를 발본색원할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도 2일 청와대 브리핑 직후 논평을 내고 "이 부총리의 의혹을 철저 규명하기는커녕, ‘경제 회복’을 운운하며 국민과 언론의 자제를 요청한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며 "현재의 투기 사령탑으로 우리 경제의 시급한 현안인 부동산 투기억제 및 서민경제 살리기를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은 이어 "지금이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이헌재 부총리의 투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서민경제 살리기를 통한 경제 살리기에 앞장설 경제 사령탑으로 즉각 교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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