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에게 남은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주는 것이 아름답기만한 장면일까.

국민은행은 지난달 25일 희망퇴직을 한 직원들에게 개인당 자사주 200주씩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중 50주는 팀원급 사원부터 은행장까지 모금을 통해 매입한 것으로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 이들의 월급에서 공제됐다.
 
하지만 몇 가지 이유에서 이같은 '고통분담'은 단순한 '미담'으로만 읽혀지기 어렵게 만든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5천억 흑자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은행은 올해 주총에서 풍성한 배당을 주주들에게 약속하고 있다. '사상 최대' 흑자 은행의 구조조정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쫒아낸 직원들에 대한 '위로금'의 일부를 남은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은행 직원들의 말을 빌리면 모금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국민은행 한 직원은 "노사 합의사항인지는 몰라도 거의 강제 할당식 수준"이라며 "지점장부터 연서로 밑으로 내려오면서 성금을 하겠다고 서명하는 과정에서 개인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한 직원은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현장에서는 인력이 모자라 노동강도가 더 세졌다"며 "직원들이 원치 않았던 구조조정에 대해 뒷감당까지 하라는 것은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에서 국민은행노조 역시 지난 1월 노사가 합의한 내용 중 직원들의 성금으로 자사 주식을 지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노조가 주장해온 경영진에 대한 '책임추궁'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태에서 노동자들의 '고통전담'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통분담이 진정 필요하다면 경영진과 주주들 역시 당연한 주체가 돼야 하지 않을까. 노동자들이 쫓겨나가는 마당에 오히려 그들이 먼저 고통을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것이 국민은행 노사합의 선례가 다른 사업장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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