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조합원에 대한 대량 징계 및 상급단체 탈퇴로 노조 탄압 의혹을 받고 있는 LG칼텍스정유가 이번에는 방송 인터뷰에 응했던 조합원을 해고해 물의를 빚고 있다.

23일 'LG정유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 의장 신범식)는 LG칼텍스정유가 지난해 12월16일 방송된 KBS 2TV ‘생방송 시사투나잇’에 출연했던 이 회사 노동자 이병만(40·정유1팀)씨에 대해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을 이유로 지난달 25일 "2월2일에 징계위에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이어 지난 2일 징계위원회에서 방송 인터뷰와 관련한 질의응답을 한 뒤 22일 해고를 확정했다고 통보했다는 것. 
 
특히 LG칼텍스정유는 이씨뿐만 아니라 ‘시사투나잇과 인터뷰를 했던’ 또다른 조합원 4명에 대해서도 해고(3명, 2004.12.23) 및 강제사직(1명, 2005.1.31)을 이미 실시했던 것으로 취재 결과 밝혀졌다.
 
당시 방송에서는 "파업 이후 복귀한 조합원들에게 회사가 업무 지시를 내리지 않고 제품 창고나 콘테이너 박스에 장기간에 걸쳐 대기시키는 등 인권침해와 노동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이씨의 인터뷰 내용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은 지난해 10월 ‘LG정유노조인권실태공동조사단’이 발표한 인권실태 조사보고서와 ‘LG정유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가 추가 발표한 LG정유 인권탄압 사례를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으로, 해복투는 이 때문에 “LG칼텍스정유가 언론을 통해 공정하고 명백한 사실을 이야기했던 것조차 무시하고 이씨를 해고를 했다”며 격앙된 모습이다.

지난 1월 중순께 동력1팀에서 정유1팀으로 업무가 전환된 이씨도 “통상적으로 직무 순환이 될 경우 해고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터져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복직이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가족들도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는 등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전남도당 여수지역위원회는 “1분도 안되는 인터뷰 내용을 문제 삼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이라는 엄청난 죄목을 씌워 평조합원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해고를 단행했다”며 “이 회사의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치가 떨린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여수지역위원회는 지난 19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LG칼텍스정유 불매운동 특별 결의를 이끌어낸데 이어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할 계획이다.

하지만 회사쪽은 “이씨가 시사투나잇과의 인터뷰를 통해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한 것이 분명하고, 이외에 불법파업 주도, 업무복귀 명령 불응, 업무방해 행위 등으로 해고 사유가 충분하다”며 해복투의 주장에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회사가 한때 불법파업 주도 등 6가지 해고 사유에 대해 이를 철회한 적이 있었다”면서 “갑자기 인터뷰 내용을 문제 삼아 해고를 감행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LG칼텍스정유는 지난해 12월23일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647명에 대한 징계를 감행, 노동계로부터 ‘과잉징계’ 논란과 함께 ‘노조활동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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