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고 생각할 자유마저 없애겠다며 여덟 명을 사형시킨 인혁당 사건은 군사정권이 저지른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죄악입니다.”

소설가 김원일씨가 최근 과거사 규명 문제로 주목받고 있는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소재로 삼은 연작소설집 <푸른 혼>을 펴냈다. 소설에는 지난 74년 5월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남한 정부를 전복시키려 한' 혐의로 구속한 도예종·서도원·하재완·송상진·우홍선·김용원·이수병·여정남 등 8명이 이름 한 자만을 바꾼 가명으로 등장한다.

<푸른혼>의 주인공들인 사건 희생자들이 이승을 뜬지 올해로 꽉 찬 30년. 이제서야 정부는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를 내세워 그 의혹을 풀어보겠다고 하고 있다. 소설은 한 발 앞서 법이 아닌 문학으로 그 진실에, 가해자의 혐의가 아닌 피해자의 훼손된 인권에 다가섰다.

작가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던 바로 다음날 형이 집행된 8명의 이야기를 6편의 중편소설 - ‘팔공산’, ‘두 동무’, ‘여의남 평전’, ‘청맹과니’, ‘투명한 푸른 얼굴’, ‘임을 위한 진혼곡’ - 로 재구성하고 있다. 한 날 한 시에 세상을 뜬 이들의 삶을 유년의 기억, 젊은 날의 이력, 고문의 고통, 형 집행의 현장, 유족의 회상 등 다양한 측면으로 나누어 촘촘히 뜯어보고 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삼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구성과 형식을 취하도록 함으로써 소설이 다큐멘터리적 건조성에 빠지지 않도록 배려한다. 회복할 수 없는 기왕의 사실을 다루고 있는 만큼 각 작품의 마지막은 하나같이 처형장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주인공들이 차례로 처형장을 향해 ‘죽음의 행진’을 벌이는 모습을 하릴없이 지켜볼 뿐이다.

그러나 작가는 우리에게 단 한 마디의 말을 전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권’이며, ‘인간이기에 사유할 수 있는 자유’일 것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사건 자체의 역사적 의미나 희생자들의 정치적 신념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죽음 뒤에야 인권을, 자유의 혼을 얻을 수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죽어서야 자유를 얻었던 그 혼이 소설집의 제목 ‘푸른 혼’에 담긴 뜻이라고 했다.(이룸 펴냄/ 403쪽/ 1만1천원)

신간소개

전환기 한미관계의 새판짜기
현재 지구촌은 탈냉전 시대이며, 한민족은 통일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기를 맞아, 한미관계에서도 과거에 대한 비판적 자성과 오늘에 대한 냉정한 평가, 미래에 대한 새로운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강정구 외 / 한울아카데미 펴냄/ 414쪽/ 1만5천원)


불안의 시대 고통의 한 복판에서 : 당대비평 2005

지금 한국 사회는 온갖 '고통'에 잠겨있다. 시대의 불안이 세상을 떠돌아 다닌다. 우리는 해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삶을 반성하는 행위를 가로막는 것에 격렬하게 저항해야 한다. (강정구 외/ 한울아카데미 펴냄/ 231쪽/ 1만원)

한국 어떤 미래를 택할 것인가
참여정부 2년의 진보정치에 대해 내린 중간 평가 결과다. 이해 충돌과 혼란의 원인이라는 말이다. 저자는 진심으로 진보정치의 출범을 축하했다. 하지만 기대는 조금씩 실망으로 변했다. 진보정권이 내놓는 정책의 빈곤함 때문이다. (송호근 / 21세기북스 펴냄/ 264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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