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의 철학적인 배경은 타인을 나의 경쟁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므로 상대방은 무너뜨려야 하는 대상이다. 염소로부터 양을 분리시키고, 약자와 강자를 분리시킨다.
 
나는 양의 무리에 속하므로 염소와 차별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 착각은 자본이 노동자들에게 던지는 미끼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는 자본이 지금 세계를 무대로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서 이를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하겠다는 새로운 자본질서구조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비효율성의 상징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에게 몇 시간의 일을 시키건 얼마의 월급을 지급하건 상관하면 안 된다. 

인간성 억압하는 신자유주의에 저항해야

그동안 한국 노동운동이 자본에 대한 비판과 죽음을 불사한 저항의 결과로 노동자의 권리를 향상시켰고 한국 노동운동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운동이 지나치게 이데올로기에 경도됐다는 것,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시장경제 논리에 자신도 모르게 현혹돼 물질로 모든 문제를 풀려는 노동조합의 안이한 대응이 기아자동차 문제의 원인이 됐다.

소수의 높은 목소리에 가려 정말 중요한 인간 최소한의 요구조차 쟁취하지 못한 다수의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을 지엽적인 문제로 치부하거나 사회 한구석에 묻어둔다면 우리사회의 병든 정의는 아무도 살려 낼 수 없을 것이다. 노동운동이 해야 할 과제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상관없이 인간성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한 철저한 비판과 저항을 기치로 내걸어야 할 것이다.

세계 노동운동의 흐름은 기존의 전통적인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 중심에서 비공식분야의 노동자조직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비공식부분·비정규직·미조직사업장 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을 우선과제로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비공식부분의 고용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2) 비공식부분(비정규, 불안정)의 고용은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한편 정규직·공식부분의 고용은 계속해 감소되는 추세로 가고 있다. 3) 이 두 관계는 중장기적으로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존재할 것이며, 4) 결과적으로 공식(정규직)적 부분의 노동조합조직이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발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상태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비공식노동자를 조직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OECD 국가들의 비공식분야의 노동자 분포를 보면 아일랜드와 뉴질랜드 각각 11%, 독일이 19%, 이탈리아가 20%, 그리고 한국은 56%를 넘고 있다. 

비공식 여성노동자 조직화 시급하다

세계화는 노동자들을 체계적인 분업과 분리정책(비정규직과 정규직, 남성과 여성, 이주노동자와 자국노동자, 숙련공과 비숙련)으로 한 경쟁을 통해 효과적인 노동착취를 하고 있다. 노동운동은 비정규직 증가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이에 대한 핵심을 놓치는 싸움을 하고 있다. 노동운동은 개인의 이익보다는 전체를 위한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우리가 사 입는 의류제품 80%이상이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된다. 이 의류를 만드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의 대가로 판매금액 1%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는다. 이 분야의 여성노동자들을 이제라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는 것만이 전체 노동운동의 대안이다.
 
비공식분야를 왜 조직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너무도 명확하다. 비공식부분·비정규직·영세사업장·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은 이들을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이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자들이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특히 소규모 영세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우리나라에 아직 수십만명에 이르고 여성이 거의 90%이지만 전혀 조직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 14~16시간의 노동을 해야 한다. 세계화는 여성노동자들이 서울 창신동 봉제공장에서 중국, 베트남, 동남아 전 지역의 노동자들이 서로 임금경쟁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 세계로 이동하는 자본에 의해서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부분이 여성노동자들인데 이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현재 한국 노동운동을 비롯해 세계의 노동운동은 위에 지적한 문제의식의 결핍으로 총체적인 위기에 놓여있다. 노동운동이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서서히 소멸할 것인지 하는 문제에 놓여있다고 지적하면서 브랜드 바버 영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운동에 미래는 있는가 질문하고 있다. 한국 노동운동은 정의와 미래를 향해 건강하게 전진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모든 노동자들은 그렇게 될 거라고 믿으면서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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