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노동자문학회 조혜영(41) 시인의 첫 시집 ‘검지에 핀 꽃’이 세상에 나왔다. 시를 쓴 지 20여년 만의 일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천 주안 5공단 봉제공장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시인은 그때부터 일기 쓰듯 시를 썼다. 그렇게 긁적이던 시작(詩作)이 벌써 20년째다. 조 시인은 첫 시집에 대한 소감을 묻자 “두렵다”고 말했다. 그리고 “삶과 시는 같아야 하기 때문에 헛살면 정말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아직 시집을 낼 때가 아닌데…”라고 부끄러워했다. 그녀의 시를 두고 정세훈 시인은 ‘화장기 없는 청명한 시’라고 말한다. 그만큼, 조 시인의 시가 솔직하고 정겹기 때문이다.

- 시집 제목인 ‘검지에 핀 꽃’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88년 ‘아남전기’라는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적이 있다. 해고 싸움을 오랫동안 했는데, 강한 노동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두 번 혈서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살다보니 돈도 쪼들리고 아이도 생기고 삶에 묻히고. 어느 날, 저녁식사 준비를 하다가 검지를 베었는데 옛날 혈서 쓸 때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어떠한가. 과거에 대한 향수, 회한 뭐 이런 것이 담겨 있다.”(이 시집 2부는 주변 사람 이야기, 3부는 고향, 부모님, 땅의 냄새가 물씬 난다.)

- 시집을 보면 과거 노동운동 하던 시절을 많이 그리워하는 것 같다.
“9년째 강화도 시골 초등학교에서 조리사 일을 하고 있다. 노동운동과 많이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변함없다. 운동도 친구처럼 변치 않는 내 삶의 고리다. 가끔 현실을 잊고 내 자리(노동운동)로 가고 싶지만 쉽지 않다. 몸도 아프고, 애도 생기고, 남편(철도노동자)이 해고되고…. 정말 어렵더라.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든다. 일단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몸담고 있는 인천노동자문학회에 더욱 매진하면서 문학을 통해 사회발전 운동에 결합할 수 있는 부분을 계속 고민할 예정이다.”

- 시라는 것이 어떤 의미였나.
“시는 특별하게 써지지도 않고 특별한 시는 잘 읽혀지지 않는다. 누구는 노래, 요리를 좋아하듯이 평범한 일상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이다. 고달픔, 애환, 기쁨 등 시는 삶 그 자체다. 그래서 내 시는 투박하고 말도 안 되는 것도 많다.(웃음)”

- 문학 전반이 그렇기는 하지만 특히 노동문학의 침체기가 오래 지속되고 있는데.
“평론가들은 쉽게 노동문학을 폄하하고 죽었다고까지 말한다. 우리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국노동자문학회가 17년째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이 크게 늘고 있지 않지만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주변의 비판은 이해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크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조혜영 시인은 할머니, 할아버지, 아저씨, 아줌마, 아이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를 쓰겠다고 말한다. 조 시인은 한사코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이미 그녀의 시는 인천지역에서 노래로 만들어져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그녀의 시는 가난하고 고된 우리들의 모습을 너무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문의: 02-868-3097, 삶이 보이는 창)

감자 썰다 검지에서 피 뚝 떨어진다
아리다

한 시절 아리게 산 적 있었지
하얀 광목천에
검지를 갈라 노동해방을 쓰고
한번은 검지를 깊게 베어
원직복직을 외치며 혈서를 썼는데,

지금 그 검지에서
붉은 피 뚝뚝 떨어진다
하염없이 피가 흐르고
도마를 타고 싱크대로 흘러가는데
옹이 박힌 손끝에서 꽃망울 터진다

나는 지금 무어라 쓰고 싶다
한번 꽃처럼 붉게 피어
가슴 깊은 상처를 다시 남기고 싶다

- ‘검지에 핀 꽃’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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