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친정부적, 반정부적으로 분류되는 신문들의 논조는 얼마나 사실과 일치하는 것일까. 보수지와 진보지라고 하는 색채 규정은 과연 정확할까.

이러한 의문의 한 구석을 풀어줄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란히 발표됐다. 한국언론재단은 최근 김영욱·남재일 두 연구위원의 연구논문을 각각 책으로 펴냈다.

김영욱 연구위원은 정치와 미디어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신문·경향신문의 부동산과 주택 관련 기사를 분석했다.
   
조사 대상 시기는 △주택가격 안정대책(5월 23일) △재건축시장 안정대책(9월 5일) △주택시장 안정종합대책(10월 29일) △10년 장기임대주택 건설 활성화를 위한 지원방안(11월 4일) 등 2003년 참여정부가 주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날의 전후 1주일간과 4주 후 등 9주간으로 잡았다.
 
스트레이트 기사의 중심 주제는 '정책 발표내용 전달'이 경향 66.7%, 한겨레 62%, 조선 57.2%, 중앙 45.5% 등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조선과 중앙은 '정책 시행에 따른 현상'에 무게를 둔 데 비해 한겨레는 '정책에 대한 평가'를 비교적 많이 다뤘다.
   
해설 기사의 중심 주제를 보면 '정책 발표내용 해설'과 '정책 시행에 따른 현상'이 경향에서 두드러졌고 '정책에 대한 평가'는 중앙에서 가장 많았다.
   
정부 정책에 대한 해설 기사의 태도를 5점 척도로 매긴 결과 한겨레(4.36점)가 가장 부정적이었고 조선(4.25점)이 그 다음이었다. 중앙과 경향은 각각 3.95점과 3.80점이었다.
   
김영욱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현 정부에 우호적이라고 평가되는 한겨레가 가장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의외"라면서 "언론이 국가보안법 폐지나 언론관계법 등 이데올로기적인 태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특정 정치세력에 유리, 혹은 불리하게 보도하지만 그렇지 않은 영역에서는 정부 정책을 비판함으로써 주목을 이끌어내려는 내재적 메커니즘이 작동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재일 연구위원은 4개 신문의 이라크전 보도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2003년 3월 20일부터 4월 14일까지 보도를 △제국주의 △국가테러리즘 △일방주의 △석유전쟁 △경제적 실리 추구 △한국내 위기관리 △반전평화주의 등 9개 프레임으로 유형화해 살펴보았다.
   
이라크전 보도의 논조는 조선·중앙·경향·한겨레가 평소 현실적인 정치문제에서 보여준 것처럼 차례로 보수-진보 스펙트럼의 경향을 띠기는 했으나 양극화가 두드러지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과 중앙은 미국의 외교적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에 대해 비판주의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으며, 경향신문의 미국 비판은 보수적 패러다임 위에서 행해졌다. 한겨레만이 유일하게 이라크전을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이라는 관점에서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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