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편안한 휴식, 넉넉한 여유가 있어 더욱 좋은 시간인 듯하다. 따뜻한 방안에 누워 맛난 간식거리와 함께 하는 만화의 재미가 있다면 보다 풍성한 설이 되지 않을까.

묵직하지 않고 재미와 실용적 정보를 함께 추구해 주는 만화로는 허영만씨의 <식객>(김영사 펴냄, 7권 발매중)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작가가 전국을 돌며 취재한 생생한 먹거리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 음식문화의 맛과 멋, 그리고 정취를 ‘듬뿍’ 담아낸 수작. 한우, 매생이, 탁주, 청주 등 한국적 먹거리와 함께 서민들의 애환을 엿볼 수 있다.

음식만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본만화 데리사와 다리스케의 <미스터초밥왕>(학산문화사 펴냄, 27권 완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작품. 고향에서 작은 초밥집을 어렵게 운영하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가게를 일으키려는 소년 쇼다의 초밥요리대결 이야기다. 한정된 구도로 조금 싫증이 날 수도 있겠지만 끝없는 장인정신으로 펼쳐지는 승부가 관전 포인트.

만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당연 최고라 이야기되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학산문화사 펴냄, 완간)는 80~90년대 독일을 배경으로 일본인 의사 덴마가 수 십 명을 연쇄살인 한 괴물, 요한을 쫓는 스릴러물이다. 그리고 우라사와 나오키의 최근 연재작 <20세기 소년>(학산문화사 펴냄, 17권 발매중)은 70년대 아이들끼리 장난으로 만들었던 ‘예언의 서’라는 책이 99년에 이르러 현실로 일어나고 그것을 막으려는 사람들과 그 예언을 이루는 친구와의 대결구도가 핵심. <20세기 소년>은 아직 불확실한 미래를 갖고 있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독특한 소재와 치밀한 구성을 지닌 만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와 <20세기 소년>이 스릴러물로 다소 무거울 수 있다면 스포츠 멜로물 <야와라>와 <해피>를 권한다. <야와라>(학산문화사 펴냄, 완간)는 유도라는 스포츠가 갖고 있는 동양적인 선의 정신과, 시합이 주는 긴장감을 완벽한 작화로 표현하면서도, 지고로라는 매우 특이한 캐릭터를 통해 유머를 주며, '마츠다'와 '카자마츠리'라는 왕자와 거지풍의 두 남자와 '야와라'의 멜로를 섞어 스포츠 만화의 땀냄새를 무디게 만들어주는 완급까지도 잊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드라마라로 소개된 바 있는 <해피>(학산문화사 펴냄, 완간) 또한 테니스를 소재로 한 밝고 건강한 스포츠 만화.


마지막으로 설 연휴 ‘가족’을 소재로 한 만화 한 편을 소개한다. 다니구치 지로의 아버지(애니북스 펴냄, 완간). 아버지의 임종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뒤 재혼한 부모와 거의 연락조차 끊고 지내던 주인공이 십 수 년 만에 고향에 찾아가 가족과 옛 지인들을 만나 과거의 일을 들으면서 잊었던 기억들을 하나씩 재생한다. 마치 흑백 필름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한 장면이 서정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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