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네티즌 설문조사에 의하면 설 연휴 동안 TV에서 가장 보기 싫은 영화로 '나홀로 집에'가 뽑혔다. ‘나홀로 집에’는 명절만 되면 TV에서 어김없이 방영해주는 대표적인 영화였다. 또 성룡 주연의 홍콩영화 역시 명절이면 으레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추세가 바뀌어 한국영화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물론 최근 1, 2년 새 개봉했던 영화들도 TV를 통해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개봉 당시 흥행했던 영화들로 많은 사람들이 본 것들이다. ‘쉬리’, ‘친구’로 대표되는 영화가 그것. 사실 이 정도면 ‘지겨울 만큼’ 봤다.

이번 설에는 '효자동 이발사', '말죽거리 잔혹사', '굿바이 레닌', '올드보이' 등 신선한 영화가 준비돼 있긴하지만 그래도 '2% 부족한' 독자들을 위해 집에서 볼 수 있는 비디오 몇 편 소개하고자 한다.

평소에는 가족들과 극장 한번 가는 것조차 힘들었던 당신, 이번 설에는 가족과 손 꼭 잡고 비디오 한편 감상해 보자.

<빅 피쉬>
가위손과 배트맨 등 만화 같은 상상력을 영화로 펼쳐보이는 팀 버튼 감독의 최근작. 평생 모험을 즐겼던 아버지의 모험담에 질릴 대로 질린 월이 진짜 아버지의 모습 찾기 진실게임에 나선다.
 
성장병으로 남들보다 두세배나 큰 거인을 만났다는 둥, 우연히 참여하게 된 서커스의 단장이 늑대인간이었다는 둥, 샴 쌍둥이 자매가 공연을 펼쳤다는 둥 황당무계한 얘기들로 가득찬 아버지의 모험담 속에서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때로는 아름다운 거짓말이 진실일 수도 있다'는 교훈을 전달하는 동화같은 영상을 담은 영화.  
 
<아홉살 인생>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해 보는 것.
 
초등학교 3학년 여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아홉살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어른들의 사랑과 우정 등이 너무 예쁘게, 때로는 가슴 아프게 그려져 있다.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세계와 아이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세계가 함께 그려진, 위기철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인어공주>
걸쭉한 욕은 물론이고, 싸움까지 잘하는 억척스러운 우리 엄마는 목욕탕 때밀이. 게다가 그저 조용조용, 너무 순해 빠져 답답하기까지한 아빠. 과연 이들에게도 로맨스가 있었을까?

어느날 갑자기 가출해버린 아버지를 찾아 엄마, 아빠의 고향인 섬마을을 찾은 딸 나영은 믿을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한다. 촌스러운데다가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젊은 날의 엄마와 착하고 멋진 젊은 날의 아빠를 만나게 된 것.
 
이들의 사랑이 전개되는 모습이 재밌다. 로맨스 없는 엄마, 아빠들! 이번 기회에 ‘과거’를 털어놔보자.


<썸>

극장 흥행에서는 실패했지만 그냥 지나쳐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영화.
 
'텔미썸씽'의 장윤현 감독이 지난해 내놓은 스릴러다. "오늘이 내 기억속에 있어요". 그날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기억하고 있는 교통 리포터 서유진. 그리고 100억원대의 마약 탈취 사건을 추격중인 형사 강성주.
 
여자는 하루 종일 기시감을 경험하며, 성주의 죽음까지 보게 된다. 어떻게해서든 유진은 성주의 죽음을 피해보려고 애쓰는데… 과연 성주는 죽음을 모면할 수 있을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결론을 놓고, 가족끼리 내기라도 한번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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