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를 빼앗긴 노동자들에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일을 놓은 지 오래고, 멈춘 기계엔 기름도 말랐다. 직장으로 돌아갈 날은 기약없고, 생계는 일찌감치 파탄났다. 투쟁 기간이 길어질수록 삶은 팍팍해지지만, 조직 차원의 지원이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실업급여를 받는 노동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나, 그렇지 못한 이들은 각개전투식으로 생활고와 싸운다.
 
투쟁에 결합 중인 정오교통 노동자 60여 명 중 40여 명은 일용직 건설노동 일거리를 찾아 헤매고 있고, 회사를 지키느라 자리를 뜰 수 없는 12명 결사대의 아내들은 노점상을 하거나 떡집에서 품을 판다. 한원CC 노동자 20여 명은 복직투쟁에 여념 없는 와중에도 포장마차를 운영, ‘최저생계’라도 유지하려 발버둥 친다.  
  
투쟁과 밥을 동시에 붙들기 힘들어 많은 ‘동지들’이 떠났지만, 누구도 서로를 탓할 수 없다. 그간 못다한 말을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으며, 떠나는 손 꽉 잡아 줄 뿐이다.
 
‘부디 잘살라.’  
 
그리고 다시, 설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설레지도 않고, 기다려지지도 않는다. 설은 막막한 현실을 가슴 시리게 확인하는 날에 지나지 않는다. 설 보너스는 고사하고, 월급봉투 받아 본 게 언젠지 아득하다. 피해가고 싶은 명절이지만, 불과 열흘 남짓 남았다.
 
장기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설맞이 ‘대목 장사’에 나섰다. 말이 좋아 대목이지 한 몫 잡을 리 만무하다. 투쟁기금 마련, 구속자 지원, 생활비 충당 등 ‘쓸 돈’은 많지만, ‘쓸 수 있는 돈’은 가뭄처럼 말랐다. 소박한 상품을 내 놓고 ‘연대의 정’에 호소할 뿐이다.   

3차 상경투쟁을 마친 금강화섬 노동자들은 공장사수 투쟁을 중심으로 4차 투쟁을 준비 중이다. 지난 18일 투쟁 3백일을 맞아 연대해 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려 일일호프를 열었던 노동자들은 처음으로 명절맞이 재정사업을 준비했다.
 
조합원들이 양말을 들고 전국을 다니며 민주노총 화섬연맹 산하 사업장을 중심으로 파는 ‘보따리 장사’다. 2박3일 서울경인지역을 돌고 왔다는 김윤철 노조 부위원장은 “이후 투쟁 일정 때문에 재정사업에 언제까지나 매달릴 수 없어 목표 판매량을 3천 세트로 잡았다”면서도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재 조합원들이 받고 있는 실업급여는 다음달 4일부로 끝나지만, 금강화섬의 재정사업은 순수하게 투쟁기금과 구속노동자 지원비로 사용된다. 김 부위원장은 “노가다를 하려고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 봐도, 30명 중에 4명 정도만 일을 딴다”며 “막막하지만 4일 이후의 생계대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설에도 금강화섬 구미 지역 노동자들은 고향에 가지 못하고 회사를 지킨다. 
   
위장폐업에 맞서 224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호텔리베라 노조도 양말, 꿀차, 홍삼팩 등을 팔고 있다. 박홍규 노조위원장은 “생활비가 떨어져 라면을 씹고, 살 길이 막막해 피눈물을 흘리는 상황이지만 혀를 깨물며 결사투쟁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도, “장기투쟁으로 조합비가 바닥나고 투쟁에 필요한 최소 경비조차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노조 재정사업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부탁했다. 
 
2년 동안 회사와의 법정다툼 끝에 2003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의 부당해고 판정을 이끌어냈지만, 이에 불복한 사측의 재심이 받아들여져 1심 판결이 취소된 대성산업가스노조 비정규직지회는 현재 지회장과 부지회장 두 명만 남아 힘든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4년 동안 계속된 생활고에 못 이기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떠난 까닭이다.
 
곽민형 지회장은 “동지들이 다 떠난 상태에서 투쟁을 계속 하려니까 힘도 들고 아무 것도 없고 해서 시작했다”며 재정사업 동기를 밝혔다. 그간 볼펜 등을 팔아 투쟁기금을 충당했고, 선물세트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인지, 곽 지회장은 “주문이 별로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고법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항소 중인 노조는 31일 민주노총 화섬연맹 중앙과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과 함께 서울 인사동 대성 본사 앞에서 50인 릴레이 시위 겸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지부단위 사업장이라고 해서 사정이 나은 건 아니다. 작년, 일요일 유급휴가·직종별 임금하한제 등을 요구하며 용인 동백지역 아파트 건설업체들을 상대로 총력투쟁을 벌인 후, 재정고갈에 시달려 온 경기건설노조는 ‘구기자 한과’ 판매를 통해 상근자 활동비 마련에 나섰다. 이영록 노조 법규부장은 “‘동백투쟁’으로 지난 6개월 동안 상근자 월급이 한 번도 못 나갔다”며 “상근비를 반납하면서 투쟁한 활동가들에게 설 여비나 마련해 주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을 피력했다.  
 
이들 노동자들은 각 노조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음알음 광고를 하고 있지만, 역시 역부족이다. 그래서, 동지들이여 돕고 삽시다! “한 마디로 말해 고통 그 자체”라고 현 상황을 표현하는 임미옥 한원CC 노조 부위원장이 그의 바람대로 “조합원 가족들이 떡국이라도 나눌 수 있도록” 말이다.
 
다음은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의 설 재정사업 상품 소개 및 연락처.
 
호텔리베라 위장폐업분쇄 투쟁기금 마련 재정사업 <바로가기>

○ 상품
고급양말(8개) : 1만원, 스포츠 양말(5개) : 1만원
꿀차(3병) : 1만원, 홍삼팩(60포) : 2만천원
도브 셋트 : 1만원, 1만5천원, 2만5천원

○ 연락처
호텔 리베라 노동조합 사무장 김원범
핸드폰 011-436-5714, 사무실 042-828-4115, FAX 042-823-3189
 
 
 
한원CC 투쟁기금 마련 재정사업<바로가기>

 
○ 상품
올리브유(엑스트라버진 : 일명 100% 압착유산도 1%미만의 최고급 식용유) : 2만5천원
 
○ 연락처
011-443-1451, 011-754-9125, 010-3065-6623
 
 
전국문화예술노조 투쟁기금 마련 재정사업 <바로가기>
 
○ 상품
재래김 선물셋트 : 전장(35g) 12매입 1만5천원
새송이버섯 셋트 : 중품 2kg 2만원(구정 연휴중 시중가 3만원)
 
○ 연락처
사무실 02-883-4970, FAX 02-888-9168, 011-9771-2013 
 

금강화섬노조 투쟁기금 마련 재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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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양말 : 1세트(4켤레) 1만원
 
○ 연락처
사무실 054-971-9232, FAX , 054-971-9231
 
 
 
대성산업가스노조 비정규지회 투쟁기금 마련 재정사업<바로가기>


○ 상품
레드마운틴 6호 (360ml×3, 와인잔 2) : 3만원
레드마운틴 10호 (700ml×1, 와인잔 1) : 5만원
레드마운틴 8호 ( (360ml×2, 700ml×1, 와인잔 3) : 6만원
 
○ 연락처
011-9021-4751
 
 

학습지노조 투쟁기금 마련 재정사업
<바로가기> 
 
○ 상품
상주사벌 왕 특품 곶감 3만5천원
조선김 1호 : (전장)10매 4봉, (식탁)50g 4봉, 1만5천원
조선김 2호 : 식탁용 30g×8봉, 1만2천원
조선김 5호 : 전장 8매×4봉, 식탁30G×6봉, 1만5천원
종합세트 : 돌김100장, 김밥김 100장, 미역30G 1개, 식탁50G 1개, 전장8매 3봉, 2만5천원
 
○ 연락처
02-808-5160,  011-780-1478 


현대중공업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및 사내 하청노조 투쟁기금 마련 재정사업<바로가기>

 
○ 상품
양말 4켤레 : 1만원
 
○ 연락처
052-235-1857, 016-550-8870, 016-9878-0580 
 
 
 
 

경기도건설산업노조 재정사업<바로가기>

 
○ 상품
클로렐라 세트 : 7만5천원
비타민 효도세트 : 7만5천원
비타민 C Formula 세트 : 6만원
칠갑산 구기자 한과 : (소) 3만원, (대) 4만원
 
○ 연락처
031-247-9810, 031-247-9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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