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칼텍스가 지난해 파업 참가자들을 대량 해고하는 등 파업의 ‘여진’이 여전히 계속되는 가운데 부평 대우자동차 공장 출신의 ‘노무관리 전문가’가 LG 칼텍스 ‘노사협력팀장’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사측이 지난 1999년부터 외국계 경영컨설팅 회사로부터 ‘노경관리 전문가 양성’ 등의 자문을 받아 구체적인 노조파괴 프로그램을 ‘수행’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월간 <말> 2월호는 ‘엘지칼텍스, 공포의 노조파괴 공작’ 제하의 기사에서 “LG칼텍스 노사협력팀 팀장인 윤 아무씨가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출신의 노무관리 전문가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엘지칼텍스 노사협력팀측은 “윤씨가 대우차 부평공장에 있다가 이곳으로 채용되었다는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이를 인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사측은, 그밖의 몇몇 팀원들도 현대중공업 등 타사에서 활약하던 노무관리 전문가들이란 의혹을 받고 있는 데 대해서는 더 이상의 답변을 거부했다.
 
<말>은 이와 관련 “40년 가까이 파업다운 파업을 경험하지 못한 회사 치고는 엘지칼텍스의 노무관리 수법이 너무나 정교했다”는 점을 노무관리 전문가 ‘영입’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 관계자는 “LG칼텍스 파업 전후로 회사측 대응방식을 보면 한 마디로 ‘프로’의 냄새가 난다. 특히 파업복귀 프로그램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된 과정을 보면 과거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의 사례나 발전노조 파업, 현대중공업의 노무관리가 떠오른다”고 증언했다.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역시 “회사 간에 노무관리 전문가들의 스카웃 관행은 최근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과거에는 그룹 내 계열사 간에 이루어지던 일이었지만, 이제는 ‘실적’이 입증된 노무관리 전문가들이 여러 회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LG칼텍스 파업과 관련, 노조파괴 전문가가 개입되지 않았겠느냐는 항간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내용들이다.  
 
또 <말>은 LG칼텍스측이 지난 1999년 세계적 경영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 그룹에 의뢰한 ‘자문보고서’를 입수, 보스턴컨설팅 그룹이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사측의 노조문제 정면 대응’ 등을 ‘조언’해왔다는 점도 보도했다.
 
<말>은 “178쪽으로 이뤄진 'RMIP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이 보고서는 ‘추가 설비투자나 고용 없이 어떻게 이익을 극대화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답변서”라고 설명하며  “지역 사회의 고용을 증진시켜 시너지효과를 얻는다거나 추가설비투자로 장기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내용 없이 조직 감축과 노동자 1인의 'multi-skill'화, 노무관리업무의 강화가 보고서 전반의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특히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해 포괄적인 용역 및 하청을 제안하며 “기능감독직의 15%, 기능직의 20~30% 절감 등 전체인력 15~20%의 절감은 가능하지만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제약 조건”이라고 지적하는 등 보다 강력한 노무 관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예컨대 이 보고서가 조언한 노무관리에 대한 부분은 이렇다.
 
“임직원과 관리직이 노조문제를 회피하고 있어 내부갈등을 극복할 방안이 필요함.(120쪽) 특히 여수공장의 장애요인은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현장의 애로/고통사항을 해결하고 있다는 점.(161쪽) 노경업무가 가장 비효율적인 부문이므로 현재 노경업무 28명, 노경문화팀 14명을 모두 전문가들로 양성해야 한다.(109쪽)”
 
위의 예처럼 보스턴컨설팅측이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을 여수공장의 장애요인으로 든 것은, 말하자면 노조의 존재이유에 대해서마저 근본적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보고서는 모든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일단락’되는 시점을 2004년 말-2005년으로 잡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 LG칼텍스노조 파업의 강경진압과 관련해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LG정유노조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는 “엘지칼텍스 노조가 5년 전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전환한 직후부터 회사의 노무관리가 눈에 띄게 변화하기 시작해, 그 무렵 노무관리 전문가들이 대거 신규채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공교롭게도 보스턴컨설팅측의 보고서가 나온 시점과 맞물리는 까닭에 LG칼텍스측이 이 보고서 내용을 충실히 ‘수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 ‘파업 실패’ 후, LG칼텍스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조합원들이 대량 해고·징계 되는 등 유례없이 심각한 파업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의 ‘정교한’ 노무관리 대응방안이 폭로됐다는 점에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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