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여부 적법성 논란 대한항공 파업은 국내 첫 조종사 파업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한국도 더 이상 조종사들의 쟁의로 인한 항공기결항의예외지대가 아님이 분명해졌다.

조종사파업은 사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항공선진국에선 이미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의 조종사 1만여명이 파업을 통해21.5%의 임금인상을 따냈다.

에어프랑스 조종사노조는 프랑스월드컵을 앞둔 지난98년 6월에도 10일 동안 대규모 파업에 들어갔다 월드컵 개막 당일에야 간신히 합의에 이르기도 했다.

한국도 지난 5월말 조종사노조가 인가되면서 노사관계가 항공기 운항의 변수로 떠올랐음이 이번 파업으로 입증된 셈이다. 이에 따라 회사와 정부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사쪽은 조종사노조를 협상 상대로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파업으로까지 번지는 사태를 막아야 할 책임을 지게 됐다. 조종사노조는 “회사의 불성실한 협상태도도 쟁의의 한 이유”라고 밝혀, 회사쪽의 안이한 협상 자세와 서로 적대시 해온 노사관계도 파업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부 또한 조종사들의 쟁의를있을 수 있는 일로 여기고 이에 따른 승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번 파업사태의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먼저 노조는 “현재 월 최대120시간으로 돼있는 비행시간을 비노조 외국인 조종사 기준인 월 75시간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연방항공규정에 따라 연 1000시간으로 비행시간을 하향조정했으며, 여름철 성수기를 제외하면 월 평균 비행시간이 60시간내외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이 부분은 노조가 양보한 상태다.

막판까지 이견을 보인 사항은 비행수당 인상이었다. 노사는 22일 새벽 협상에서 정년연장 등 다른 사안은 접점을 찾아갔지만, 비행수당 인상에 대해서는 노조가 시간당 1만5천원 인상을, 회사가 1만원을 제시하며 팽팽히 맞섰다.

노조는 “비노조 외국인 기장에 비해 낮은 비행수당 때문에 내국인 조종사들이 무리하게 운항에 투입되고 있다”며 `안전운항'을 요구 명분으로 내걸었다. 회사쪽은 “계약직인 외국인과 정규직인 내국인 조종사의 처우가 같을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노사는 일단 1만2천원 인상으로 타결점을 찾은 상태다.

비록 비행시간과 수당 부분에서 극적 타결에 이르긴 했지만, 정상화까진 여전히 걸림돌이 남아 있다. 기존 관리직·정비직 등으로 구성된 기존 대한항공노조가“조종사노조가 내년까지 단위사업장에서 복수노조설립을 금지하고 있는 노동조합법을 위반해 설립됐다”며 지난 6월 노동부를 상대로 노조신고수리처분취소청구소송을 법원에 낸 것이다.

조종사노조는 법원판결에 상관없이 노조활동을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쪽은 “노조요건에 대한 판단은 대한항공노조와 법원의 몫”이라고 밝혔다. 판결 여부에 따라 향후 조종사노조의 적법성을 둘러싼 노-사, 노-노 대립이 재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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