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이 있다. 사전적으로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다'는 뜻인데, 여기서 '어처구니'란 맷돌의 손잡이를 말한다. 손잡이가 없는 맷돌은 돌아갈 수가 없다. 현재의 금융노조 선거 모습을 지켜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금융노조 선거가 2주 가까이 파행을 맞고 있지만 이렇다할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주를 넘긴다면 설 연휴로 접어들어 거의 한달간의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노조의 선거 파행은 언론을 통해 '불법 부정선거', '도덕성 위기', '귀족노조의 권력다툼'이라는 제목들로 시비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각 후보진영은 서로 '너 때문'이라며 상대에게 화살을 돌린다.
 

찬찬히 살펴볼 것도 없이 금융노조는 선거과정을 거치면서 사실상 조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듯하다.

김기준, 양병민 두 후보는 지난 주 지방에서 접촉을 갖고 해결방안을 모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지는 이유는 각 후보들이 '내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상대후보가 돼선 안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경선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이 역시 '차라리 내가 낫다'는 비교우위가 깔려 있다.
 
여전히 두 후보는 '반드시 내가 돼야만 한다'는 생각을 고집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의 금융노조 위기는 '누가 되는지'는 차후의 문제가 돼버렸다. 노조 내부에서는 공공연히 '이러다가 조직이 둘로 쪼개지는 것 아니냐', '선거에서 진 쪽은 맹비를 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는 조합원들이 만든 게 아니라 선거에 '올인'한 노조 지도부가 초래한 일이다.
 
이제 두 후보는 곰곰이 생각하고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을 맞고 있다. '산별노조의 위기 극복과 발전을 위해 누가 먼저 한 발 물러설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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