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가 하면 세끼 밥을 먹을 수 없어 정부가 급식을 하는 결식아동이 25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빈곤층이 300만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일을 하고 있음에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자(working poor)들이 200만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공식 실업률도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체감실업률은 이 보다 훨씬 높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30대 이상의 전업 주부와 50~60대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이들 취약계층노동자들이 일자리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나마의 일자리도 비정규직이다. 중소기업들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정리해고는 일상적인 일이 돼 버렸다. 고용불안과 미래 소득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소비 위축으로 내수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승승장구하는 대기업과 고달픈 사람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2004년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올렸으며 주요 기업들은 엄청난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주식시장의 시세판이 빨갛게 물들고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생활은 너무나 고달프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집 없는 노동자들의 박탈감은 훨씬 더 커졌고 재래시장은 문을 닫고 있지만 해외소비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극심한 양극화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정부는 개방형 통상정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리 시장을 더 빠르게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개방지상주의는 경쟁력 있는 일부 대기업에게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주겠지만 노동자의 고용은 더욱 불안해지고 사회양극화는 한층 심각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양극화는 사회갈등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양극화를 해소할 방안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개방과 성장 중심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대책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더욱이 우리는 사회갈등을 조정해 왔던 경험이 거의 없다. 갈등조정을 위한 사회적 장치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양극화의 원인을 바로잡아야

그래서 뭔가의 특별한 해법으로 사회협약이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 연초에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모여 ‘2005 희망제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여당도 선진사회협약 체결을 제안했다. 사회협약이 우리 사회문제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사회협약을 맺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움직임이 사회협약이라는 또 하나의 ‘행사’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희망제안’은 고용과 성장이 함께 가는 공동체, 사회적 일자리 창출, 상생의 사회협약을 체결하여 일자리를 늘려 사회적 고통을 해결하자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도 비정규직의 임금인상을 정규직의 2배로 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등의 대책을 제안하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사회전반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사회가 당면한 핵심적인 과제가 포함될 때 사회협약 논의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가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과 우리의 내일에 대한 대안이 협약에 포함될 수 있어야 협약이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그래서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 참가에 대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사회협약의 체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하지 않고 있다.
 
사회협약에는 일자리와 함께 양극화의 핵심 과제인 빈곤과 소득재분배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포함돼야 한다. 그리고 양극화를 낳는 원인인 정부의 개방 지상주의 정책과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희망제안은 노사정 주체에 포함되지 않는 51%의 ‘기타 여러분’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협약이 반드시 노사정으로만 한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논의 의제에 따라 참가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참여 주체들은 대표성과 합의사항 이행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선언으로 그치거나 압박을 하는 것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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