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3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 부문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가전략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또 연초부터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보건의료 부문의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반면 지난해 말 진행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는 가입자와 공급자, 정부가 올해 보험급여 확대를 위해 1억5천억원을 지출키로 합의한 바 있다. 건정심의 이번 결정은 급여확대를 통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한편, 의료부문의 공공성을 한층 강화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보건의료’를 2만달러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적 사업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양극화 시대의 건강형평성을 개선하기 위해 건강보험 급여확대를 추진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보건의료 부문, 산업화냐 공공성 강화냐

27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건정심에서 합의한 보험급여확대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한 구체적 방안과 계획을 논의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의 토론회가 개최됐다.<사진>
 

 
‘의료의 공공성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연대회의’(의료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의료의 산업화’는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에서 건강보험으로 대표되는 공적 재정체계를 위축시키고 사유화함으로써 보건의료의 시장주의화를 완성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건정심의 급여확대 결정을 계기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체질개선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보 의료연대회의 정책위원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개선이란 한마디로 ‘비급여’서비스를 ‘건강보험 요양급여’에 포함하는 것”이라며 “건강보험 보장성 개선을 위한 정부, 의약계,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논의구조를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김 정책위원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높아지면, 환자의 입장에서는 의료비 부담이 경감돼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된다는 효과가 있고, 사회적으로는 적정 의료서비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효과를 포함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급여원리에 부합하는 모든 서비스 항목에 대해 일괄급여화 하는 방식이 논의돼야 하며, 특히 중증질환자의 의료비 경감 대책을 중심으로 건강보험체계를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보험료가 인상된다고 집안이 망하지는 않지만, 급여확대가 안되면 의료비 부담으로 집안이 망할 수 있다”며 급여확대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위한 논의구조 모색 필요

이상이 국민건강공단 건강보험연구센터 소장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본인부담율은 43.6%에 이르며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보다 본인부담 비율이 낮은 나라는 멕시코(본인부담 비율 52.5%)뿐”이라며 “‘본인부담 탕감제도’나 ‘본인부담 상한제’ 등 외국의 사례를 참조해 본인부담비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또 “어떤 경우에도 질병으로 인해 가계가 파탄나거나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급여항목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보장성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 방안으로 “건강증진과 예방보건에 대한 급여(본인부담 없음)를 실시하는 외국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고,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장치(초음파 등)나 각종 검사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급여항목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이혜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논의는 진료비 부담으로 가계경제가 파탄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민주노총은 2005년 ‘무상의료 실현’을 의료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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