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정부의 전력, 통신, 체신, 철도 등 공공부문 구조조정 계획에 맞서 한국전력노조와 한국통신노조가 주축이 된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10월8일에는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 조합원 4만여명이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연대집회를 갖고 이들이 공동대응기구를 만들 것을 검토하고 있는 등 하반기 노동정국을 공공부문 노조들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본 지면에서는 한국전력구조개편의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전력산업구조조정실의 입장과 구조개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노조의 입장을 듣는다.

발문 : 공기업 개혁은 그동안 정부의 과도한 통제, 낙하산 인사, 경직성이 주요인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비효율의 근본을 제거할 생각보다는, 가장 손쉬운 인력감축, 임금 및 복지축소등 범법행위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해 왔다. 법적으로 보장된 자율경영을 보장하고, 낙하산 인사 철폐, 관치경영을 철폐한다면 공기업은 그야말로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 전력산업 구조개편 정책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정책의 핵심이다.
공공부문에 대한 국제금융자본, 거대자본의 침탈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전력산업에 대한 이들의 집착은 거의 광적인 상태로, 전 세계적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라는 이름으로 시장경쟁, 민영화 등을 통하여 전력산업의 급속한 재편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9년 1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전력산업 구조개편 정책을 공식추진키로 하였다. 정책추진 목적이 세계적 추세임을 밝히고 있으며, 세계은행과 국제금융기관들의 차관 공여조건이었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할 때 이것은 초국적 자본의 압력이며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정책이므로 사실상 전력산업의 효율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정책이다. 오히려 전력산업을 붕괴시키는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정책인 것이다.

* 한국전력은 결코 부실기업이 아니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량기업이다.
구조개편론자, 이른바 영미의 학문적 헤게모니에 종속된 신자유주의자들은 구조개편의 추진 이유중에 하나를 한전의 부실화, 독점공기업의 비효율성 등을 거론하며 구조개편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전력산업을 알고나 하는 소리인가? 한국전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서울대 기초전력공학 공동연구소에서는 한전을 세계 제4위의 전력회사로 평가하였고, 금년 초 미국의 포브스지에서는 한전을 세계 제 3위의 전력회사로 선정하였다.

또한 전력업계의 노벨상이라는 에디슨 대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한 바 있고,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각지에 전력설비와 운영기술을 수출하고 있는 우수한 회사이다. 노동생산성 면에서, 설비운영 측면에서 세계 최우수의 전력회사를 부실과 비효율의 대명사라 낙인찍으며 구조개편의 당위론으로 주장하는 것은 구조개편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정부의 전략일 뿐이다.

특히, 한전의 부채를 거론하며 마치 구조개편이 안되면 한전이 내일 당장 쓰러지는 부실기업이라는 식의 선전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한전의 부채비율은 100%를 조금넘는 정도이며, 이 또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효율성을 강화해 나가면 불과 수년안에 해결될 문제인 것이다.

* 급격한 요금인상, 그나마 알량한 국민복지 마저도 무너진다.
정부의 통계자료대로라면 적어도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선진국에 비해 싼편이다. 이것은 전기요금을 비롯한 각종 공공요금을 국민 복지차원에서 운영해 온 결과일 것이다. 전기요금을 비롯한 각종 공공요금이 일정부분 정부의 사회복지 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얼마전 유가급등을 이유로 가정용 전기요금을 인상하였다. 물론 전기요금 인상의 진짜 이유는 민영화를 전제로한 소위 '현실화'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렇게 본다면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통해 우리국민에게 주어지는 것은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요금이 인하된다거나, 서비스가 향상된다거나 하는 기대는 애시당초 버리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미국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선도적으로 시행했던 캘리포니아주에서 올여름 전기요금이 년초대비 4배나 인상되었다. 뉴욕주에서도 요금이 40% 인상되었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긴급성명을 발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지시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 질 수 밖에 없다. 에너지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또 1인당 전력수요 자체가 미국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성장세가 이루어지고 잇다. 이런 현실적 상황을 무시하고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통한 한전의 분할 매각, 그리고 이어질 시장메카니즘은 결국 국민의 복지시스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전력공급 불안은 국가적 위기를 유발한다.
전력은 그 특성상 저장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유통단계에서 발생되는 부가가치가 지극히 제한 적이며, 혹여 전력시스템의 문제가 발생될 경우 전체적인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전력의 물리법칙을 무시한 시장법칙이 강요될 경우 예기치 못한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예컨데 Black Down이라고 일컬어지는 시스템의 붕괴가 이어진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정전이나, 북미계통의 대정전 등이 이러한 사례가 될 것이며, 민영화로 인한 설비투자의 회피로 인한 대규모 정전으로는 아르헨티나, 칠레, 뉴질랜드 등에서 발생했다.

또 올여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비상사태가 무려 30여차례 발동했으며, 뉴욕주에서도 19시간에 걸친 대규모 정전, 루지아나, 미시시피, 알칸소, 텍사스의 남부 4개주 250만호 정전 등 미국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인한 공급불안의 사례는 이밖에도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더 심각하다. 전력의 수출입이 불가능한 현실적 상황에서 볼 때, 올여름에도 이미 전력예비율이 10% 미만대로 떨어져 수급조절을 하는 등 사실상 제한송전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보면 준비안된 구조개편은 전력산업 전체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관련산업의 붕괴를 가져온다
가스산업은 전력산업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가스는 주로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데, 도입조건의 경직성 때문에 장기계약을 하는 것이 국제적 거래관행이다. 따라서 저장시설이나, 도입선박등 여러 가지 조건을 볼 때, 여름에 도입되는 가스는 주로 한전에서 발전용 연료로 사용하면서 국가적인 에너지 관리에 일조를 해왔다.

그러나 구조개편이 이루어질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민주당의 정책보고서에 보면 장기전원개발 계획 수정에 따른 2003년까지 4년 동안 가스 도입 페널티로 물어야 되는 국가손실이 2조8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도입선박에 대해 지불해야할 페널티까지 합하면 가히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

가스뿐만 아니라 채산성이 없는 국내석탄 산업은 붕괴할 수 밖에 없다. 또 전력설비 생산 업체들, 공사업체 들 등 국내의 전력관련산업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다.

일례로 영국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이후 세계적인 전력설비 제작업체인 GEC와 Pason사가 문을 닫았다. 우리나라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국부유출과 남북경협에 따른 제반 문제점
6.15 공동선언이후 남북경협이 현실화 되면서 북한 지역의 전력설비 확충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매력이 없는 북한지역에, 또 상대적인 Risk가 존재하는 북한지역에 투자할 민간 전력사업자를 찾는다는 것은 그리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대규모 투자비가 소요되는 북한지역 전력설비 확충에는 공기업 체제가 유리할 것이다. 아울러 환경문제와 전원설비 입지선정등 제반 문제들을 고려해 볼 때 전력산업 구조개편 정책은 우리나라의 현실적 여건을 수용할 수 없는 잘못된 정책이다.

*대안적 검토, 제대로된 공기업 개혁으로 진정한 국민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공기업 개혁은 그동안 정부의 과도한 통제, 낙하산 인사, 경직성이 주요인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비효율의 근본을 제거할 생각보다는, 가장 손쉬운 인력감축, 임금 및 복지축소등 범법행위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해 왔다.

그것도 모자라 아예 공기업을 팔아 없애 버리겠다는 정책까지 들고 나오는 것을 보면 정부의 개혁 의지가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공기업 노동자도 개혁을 원한다.

법적으로 보장된 자율경영을 보장하고, 낙하산 인사 철폐, 관치경영을 철폐한다면 공기업은 그야말로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국민과 정부, 전문가, 노동자가 경영을 감시하는 체제가 이루어지는 것이 진정한 공기업 개혁임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