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FTU-APRO(국제자유노련 아시아태평양지역기구)가 지난 51년 창립 이후 54년만에 처음으로 사무총장 선거를 경선으로 치르게 돼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88년 이후 16년간 사무총장직을 독점해 왔던 일본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 한국노조 간부라서 더욱 화제다.

지난 97년 9월부터 2004년 2월까지 ICFTU-APRO에서 교육프로젝트 담당국장을 맡기도 했던 한국노총 김성진(49·사진) 국제국장이 바로 주인공. 25일 만난 김 국장은 “일종의 사고를 친 셈”이라고 말한다. 한국노동운동이 세계 무대에서 대표직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한국 노동운동의 수준이 아직까지는 해외연수, 각국 노총과의 교류 등에 머물러 있어 아쉽다”며 “이번 출마가 국제노동운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ICFTU-APRO는 어떤 조직인가.
“ICFTU(International Confederation of Free Trade Unions·국제자유노련)은 154개국의 233개 회원조직(조합원 1억5천여명)이 있는 국제노조운동의 본산이다. 3년에 한 번씩 세계대회가 열리는 데 노조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아동 노동력 착취를 감시하며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을 한다.
APRO(Asian And Pacific Regional Organisation)는 ICFTU 산하에 있는 3개의 지역기구 중 아시아태평양지역기구다. 28개국 38개 회원조직이 있으며 ICFTU와 각 나라 조직 간의 허리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가입해 있다.”

- 경선에 도전했다. 출마 동기는.
“예전보다 ICFTU-APRO의 활동이 퇴보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실제로 국제산별연맹(GUF) 등 다른 국제노동단체 및 노조단체들과 극히 제한된 공식 대화 창구 외에는 관계가 단절된 상태다. 현 사무총장인 노리유키 스즈키씨의 활동 방식 자체가 폐쇄적이어서 ICFTU-APRO 사무총국 내에서도 대화와 토론 문화가 사라지고 부서 간에 협조도 잘 안 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거에 참여했다. 경선 자체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국제노조기구 대표자로 출마하는 것이라 국제연대활동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선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해 12월21일 후보등록을 해서 약 한 달째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ICFTU-APRO에서 일본 랭고(일본 노동조합총연합회)가 맹비 납부 기준으로 690만 회원을 포괄하고 있어 가장 큰 조직이며 다른 나라에 대한 연대 지원금도 많이 지불하고 있어 일본의 영향력이 크다. 사무총장 선거 투표수 총 96표 중에 한국은 7표(한국노총 4표, 민주노총 3표)를 가지고 있지만 일본은 18표를 행사한다. 결과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반면 일본의 독주에 대한 견제심과 스즈키 현 사무총장의 독선적인 운영에 대한 비판은 유리한 점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한국노총의 강충호 국장과 인도, 말레이시아 등 6개 나라를 직접 방문해 협조를 구하기도 했으며 오늘 28일부터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도 방문할 예정이다. 거리가 먼 나라는 서신을 통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다. 당락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민주노총과는 어떻게 협조를 하고 있나.

“민주노총이 공식적으로 협조를 결정하진 않았지만 물밑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고맙게 생각한다. ICFTU-APRO 내에서 민주노총과 친한 조직들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해 주고 있다. 국제연대활동에서 양대노총간 교류폭이 날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더욱 긴밀한 협조관계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의 노동운동이 일본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한다.”

- 앞으로 국제노동연대 활동 계획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 노동운동은 유럽이나 서구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다.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연대, 지원이 필요하다. 사무총장을 새로 선출해 조직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노조들이 회원조직으로써 지속적으로 신경써야 할 문제다.
또 이미 전지구가 세계화 시대에 들어선 만큼 한국도 국제노동운동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이제 세계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이자 우리의 문제가 곧 세계의 문제이다. 이번 선거가 국제노동운동에 대한 관심을 높여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다음달 2일부터 4일까지 네팔 카트만두에서는 ‘빵과 자유와 평화를 위한 하나된 목소리’라는 슬로건을 내 건 ICFTU-APRO 총회가 개최된다. 현 사무총장인 노리유키 스즈키와 김성진 국장이 경선에 나선 이번 선거는 마지막 날인 4일 실시된다. 한국노동운동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도 도움이 될 이번 선거에서 김 국장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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