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우리시대 최대의 화두 중에 하나는 저출산으로 인한 자녀수의 급감에 따른 사회문제의 증가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2002년 현재 1.17인 합계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출산에 대한 의미를 제고하고 노동현실의 개선을 통한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아이를 갖고 낳는 것은 가족, 특히 여성의 ‘선택’이다. 어떤 누구도 모든 여성은 일정 정도의 나이가 되면 아이를 낳아야만 한다고 이야기 할 수 없는 한편,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여성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출산율 감소를 실현한 후 현재 우리나라는 출산율 저하로 노동력 부족,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부양인구부담 증가, 사회보장비 증대라는 당면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은 이기적이라는 인식도 기저에 깔려있다.

여성이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결혼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도 한 몫을 하지만 보다 중요하게는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현실, 자녀양육을 위한 시간적 여유의 부족과 엄청난 노동량, 임신과 출산막?인한 불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처한 노동환경의 변화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여성이 출산장려 분위기에 동조하기 쉽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저출산의 많은 부분은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일자리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가 있다하더라도 일정한 삶의 질을 유지하기는 매우 힘든 상황에서 적정소득이 담보되지 않는 일자리를 전제로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하나의 모험일수 밖에 없다. 특히 여성의 취업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대다수 여성은 저임금과 비정규직 종사자로 수입부족과 고용불안정에 시달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다. 더욱이 수명연장으로 노년기가 증가한 반면 정해진 또는 부족한 소득 내에서 자녀의 양육, 교육 등으로 소요되는 비용은 노후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감소를 의미해 저출산의 원인이 된다.

다른 한편으로 임신과 출산은 고용을 불안정하게 하는 매우 주요한 요인이다. 취업한 여성의 60%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종사하고 있는 상황이며 임신과 출산은 일자리의 상실을 의미한다. 이는 출산기피를 낳는 요인이 되며, 전문직 여성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장시간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애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즉 현재의 장시간 노동체계에서 남녀불문하고 가족에 충분한 의미를 부여하고 아이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못하다.

출산 이후 복귀해 일할 수 있는 환경 역시 만만치가 않다.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가 있으나 민간기업에서 활용되는 예는 매우 낮으며 중소기업체 종사여성이나 비정규직의 활용도는 현저하게 저조하다. 이는 고용불안정에 따른 두려움으로 여성이 휴직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며, 휴가를 가 있는 동안 대체인력이 부족한 것도 한 몫을 한다. 남성의 육아휴직활용은 가부장적인 문화, 고용불안정과 승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제대로 실시되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따라서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 노동시간 단축, 성평등적인 노동환경이 핵심사안으로 간주돼야 할 것이다. 소득보장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통해 적절한 삶의 질을 확보하는 조건이 돼야 한다. 또 전 사회적인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남성도 여성도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여 건강한 사회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임신·출산으로 인해 일을 하는데 어떤 불이익을 주지 않는 환경을 마련하고, 태어난 아이와 여성이 이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되지 않는 분위기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그동안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간과되었던 노동정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교육, 소득, 보육, 양성평등영역의 정책이 연계되어 국가대계를 마련하는데 핵심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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