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은 인권의 문제다. 빈곤은 먹고 교육받을 수 있고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는 등의 인간적 권리를 제약하거나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물며 일을 하고 있는데도 빈곤상태에 머물고 있는 ‘노동빈곤(working poor)’이 심각하다는 것은 사회 시스템의 ‘이상 징후’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50%를 넘어서고 사회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속에서 우리나라의 ‘노동빈곤’은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일까.

한국노동연구원(원장 최영기)이 21일 연구원 9층 회의실에서 ‘노동과 빈곤- 우리나라 근로빈곤 실태를 중심으로’라는 세미나를 열고 ‘노동빈곤’의 심각성과 함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의 필요성을 제기해 관심을 모았다. <사진>


'일하는 빈곤층'…전체 빈곤가구 최고 65.7%

노동연구원 금재호 연구위원이 발표한 ‘근로빈곤의 실태와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빈곤가구(가구소득이 전체 평균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가구)의 절반 이상이 노동빈곤(working poor)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 연구위원은 한국노동패널조사(표본 5,000 가구에 거주하는 가구원) 자료를 바탕으로 △최저생계비 기준의 가구균등화지수(가구원수의 증가에 따라 동일한 복지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요구되는 소득증가율을 나타내는 지수) △OECD 기준의 가구균등화지수 등 두 가지 틀로 근로빈곤가구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01년, 2002년, 2003년 3년 동안 전체 빈곤가구 가운데 최저 58%에서 최고 65.7%까지 차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빈곤가구 중 근로빈곤가구의 비중 > (단위: %)
노동패널
조사년도
최저생계비 기준의 가구균등화지수
적용 빈곤가구
OECD기준의 가구균등화지수
적용 빈곤가구
4차(2001)65.266.4
5차(2002)64.465.7
6차(2003)58.758.0

즉 전체 빈곤가구의 절반 이상이 취업자가 있는 ‘일하는 빈곤가구’라는 것이다. 이는 취업이 빈곤에서 빠져나오는 통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금 연구위원은 “취업이 빈곤 문제를 전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며 취업 그 자체보다는 일자리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노동빈곤가구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가구주의 연령이 높고 저학력일 때 빈곤의 위험성이 높았으며 지역적으로도 서울이나 인천·경기·강원, 부산·경남·울산 지역은 빈곤가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한 제조업보다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 사회·개인서비스업 등 서비스업에 종사할 때 빈곤가구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금재호 연구위원은 “근로빈곤가구의 대부분은 저학력·고연령 가구로 판단된다”며 “이들은 빈곤을 벗어나더라도 빈곤상태로 재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취약계층”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금 연구위원은 “빈곤 취약계층의 능력개발과 좋은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며 “이 밖에 사회보험료 면제, 교육비, 의료비, 보육비 지원 등 근로빈곤계층에 대한 합리적인 사회복지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은 '좋은 일자리' 창출

노동연구원 이병희 연구위원 또한 ‘빈곤계층의 경제활동상태와 빈곤 탈출’이라는 발제를 통해 ‘노동빈곤’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이 연구위원은 “노동패널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개인 기준 근로빈곤도 빈곤계층의 절반 이상인 57.4%를 차지했다”며 “이는 경제위기 이후 일자리의 양극화에 따라 근로빈곤이 빈곤의 주요한 형태로 등장했음을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근로빈곤계층은 불안정한 일자리와 반복적인 미취업에 따른 만성적인 저소득을 경험하고 있어 경력 상승 기회가 제한적”이라며 “이들의 안정적인 일자리 획득을 지원하는 탈빈곤 정책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일시적으로 빈곤을 탈출하더라도 재빈곤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 비춰 단순히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는 정책만으로는 탈빈곤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성화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경력개발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빈곤 탈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노동연구원 정진호 연구위원은 “근로빈곤계층을 위한 소득지원 및 근로유인 제고를 위해서는 최저임금제도의 개선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근로연계 복지정책을 점진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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