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전국 300만의 관객을 동원했던 <공공의 적>은 강우석 감독에게 흥행감독의 위치를 확실히 굳혀 줬던 영화다. 이후 강우석 감독은 <실미도>로 1,000만 관객 시대를 처음으로 활짝 열어젖히더니 이번에는 <공공의 적2>를 다시 관객들에게 내밀었다.

전편에서는 ‘양아치’끼가 다분하기는 하지만 ‘공공의 적’을 만나고 정의감을 찾아가는 강력반 형사로 그려졌던 주인공 강철중(설경구 분). 이번에는 그가 부와 권력을 한손에 쥐고 서민들을 조롱하는 진짜 ‘공공의 적’을 잡기 위해 검사로 신분이 업그레이드되어 나타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강철중이 경찰에서 검사가 되고, 또 다른 주인공 ‘공공의 적’ 역시 부모를 살해하는 ‘개별적’ 폐륜아 조규환(이성재 분)에서 검사가 상대해야 할 만큼의 권력자로 더 강해졌지만, 오히려 영화는 밋밋하고 지루하다.


화면은 답답하고, 인물들은 평이하고, 이야기는 늘어지고

현장에 직접 나가 형사들과 뒤섞여 범인을 잡는 다혈질의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검사 강철중은 어느날 유명한 사학재단인 명선재단 일가 내에서 벌어진 잇따른 살해 사건을 접수받게 된다. 이에 ‘나쁜 놈’에 대해서만큼은 무시무시한 ‘감’이 발달해 있는 강 검사는 유력한 용의자로 명선재단 창립자의 차남인 한상우(정준호 분)를 지목하고 덤벼들기 시작한다.

학원 창립자인 아버지로부터 재단을 물려받기로 돼 있던 형이 갑작스런 사고를 당하면서 재단 이사장으로 급부상한 한상우는 강철중과는 고교 동창이기도 하다. 단순한 동기동창일 뿐 아니라 ‘온갖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니면서도 집안의 비호를 받으며 여유 있는 미소와 품위를 유지하는’ 한상우를 통해 강철중은 “무슨 짓을 해도 있는 놈은 되고 아무리 굴러도 안 되는 놈은 안 된다”는 거역할 수 없는 세상의 모순을 배웠다. 그런 고교 시절을 겪으면서 그 ‘모순된’ 세상과 싸우기 위해 검사가 되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이다.

검찰청에서 ‘그냥 나쁜 놈’들을 혼신의 힘을 다해 잡으며, 발에 땀나도록 뛰어 다니면서 정의사회 구현과 사회질서 확립에 이바지하던 강철중. 그는 명선재단 사건을 통해 무의식 속에서도 언젠가 만날 거라고 기대했던 한상우와 드디어 맞서게 된다. 이윽고 법의 존재를 무시하고 권력과 부를 휘두르면서 ‘법 없이도 살 사람을 살맛 뚝뚝 떨어지게 만드는’ 그를 법 앞에 무릎 꿇도록 만들려는 그의 처절한 사투가 시작된다. 그것도 2시간 24분씩이나···.

“두달 만에 찍은 영화 치고는 잘 만들었다고 생각 합니다.” 강우석 감독은 19일에 있었던 언론 시사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건 변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뻔뻔하고, ‘두 달 동안 찍었어도 난 이 정도나 만든다’는 자만이라고 하기에는 영화는 너무 지루하다.


사실 영화는 부와 권력에 눈이 멀어 가족을 죽이고 재산을 해외로 빼돌려 잘 먹고 잘살아 보려는 악당과 그 악의 무리를 처치하기 위해 온갖 위협 속에서도 끝까지 추격하는 검사의 대결일 뿐이다. 이 악당을 온 국민이 미워하는 ‘공공의 적’이니 뭐니 하고 적개심을 더 불어 넣어 봤자, 보통의 수사물이나 액션물에서 수없이 봐 왔던 범죄자-경찰의 단순 대립구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것이다.

그런데 그 단순구도를 전혀 새롭지 않은 소재로 끌어가면서도, 그렇다고 흥미진진한 볼거리도 제공하지 않는다. 강철중의 무장된 정의감과 한상우의 뻔뻔함을 인물들이 직접 자기 입으로 설명하면서 끌어가는 2시간24분은 아무리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모름지기 흥행이 생명인 상업영화란, 기승전결의 구조를 충실히 따르는 박진감 있는 구도로 적절한 볼거리를 제시해 가면서 적당한 때 조이고 풀어주는 맛이 있어야 한다. 영화를 ‘즐기고자’하는 관객에게 최대한 친절한 자세를 유지해서 극장에 있던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투캅스> <공공의적> <실미도>로 이어지는 강우석 감독의 전작들은 그런 상업영화의 본분에 나름대로 충실했다.

아쉽게도 이번 <공공의 적2>는 딱히 눈에 띠는 장면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무성의하다. 전편에 비해 인물들의 개성도 떨어지고 볼거리도 없다.

처음으로 진짜 검찰청을 촬영장소로 빌려 청사 내부까지 담아냈다는 이 영화는, 그동안 권력의 상징이었던 ‘대한민국 검찰’을 사실적인 직업군으로 데뷔시켰다는 것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지검장까지 불러 모아놓고 일선 검사가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장면, 부장·지검장까지 결연한 자세로 검찰 신분증을 반납하는 장면 등은 현실감이 떨어진다.

<실미도>부터 이미 정도를 넘어선, ‘의리’를 가장한 가부장 사회 남성문화에 대한 지나친 애착과 권위의식은 이 영화에서 더욱 공고해졌다. 극단적인 예로 주인공이 모두 남성인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 많은 서울지검 검사 중에 ‘실수’로라도 화면에 잡히는 여성검사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공공의 적’에 대한 적개심보다, 충무로 파워1위인 대한민국 최고 흥행 감독이 만든 지루한 영화에 대한 실망감이 더 밀려오는, 기나긴 영화 <공공의 적2>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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