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노동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는 결국 빈곤의 문제이며 이러한 빈곤층은 크게 보아 일하면서도 가난한 사람과 일하지 못해 가난한 사람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자리 만들기를 정책의 맨 앞자리에 두는 것도 노동이야말로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는 핵심적인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지난 2004년 8월에 실시된 경제활동인구조사 및 부가조사 자료를 통해 일자리 만들기 정책의 성적표를 살펴보자. 먼저 임금노동자는 1년 전과 비교하여 43만5천명이 증가하였다. 그런데 이 가운데 비정규직은 2003년 8월의 784만명(임금노동자의 55.4%)에서 2004년 8월에는 816만명(55.9%)으로 32만명이나 증가하여 전체의 3/4을 차지하고 있다(김유선). 뿐만 아니라 실업자는 4만5천명이나 증가하여 실업률도 3.3%에서 3.5%로 늘어났다. 지금까지 경제가 어렵고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함에 따라 일자리 만들기는 너무나 자명한 정책의 최우선 과제였다. 그럼에도 실업률이 하락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으며 고용의 질도 악화되면서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깊어가고 있다.

일자리와 빈곤층의 동반성장

한국의 노동시장이 이룩한 경이로움의 하나는 낮은 실업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기고 들여다보면 취업자의 상당부분이 이른바 불완전취업자로 숨어있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취업자의 35%를 차지하는 자영업주나 임금노동자의 55%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당부분이 사실상 불완전취업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쥐꼬리보다도 적은 실업수당에 기대어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 비록 근로조건이 나쁘고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취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낮은 실업수당이 실업률을 줄이는 대신 불완전취업률을 높이고 이들이 바로 근로빈민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노동연구원이 계산한 유사실업자(완전실업자 + 한계노동자 + 불완전취업자)의 비율이 2003년의 6.90%에서 2004년에는 7.78%로 늘었다는 사실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노동시장의 격차를 줄이는 것보다 비정규직이라도 고용을 늘리는 게 실업보다는 낫다는 게 그간 정부의 주장이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무조건 실업을 막고 또한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일을 통한 복지를 주장하지만 노동시장에서의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일자리도 결국은 '복지 없는 노동'으로 이어질 뿐이다.

노동시장의 차별해소가 사회통합의 출발

사회적 양극화가 우리 사회가 해결하여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라면 그 중심에는 노동시장의 격차축소가 자리하여야 한다. 경제활동인구의 3.5%에 이르는 실업자에 대한 일자리 제공도 중요하지만 임금노동자의 56%에 이르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실업자에 대해 사회안전망을 통해 생계를 해결해주면서 동시에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을 통해 취업을 알선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 경우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일자리가 '괜찮은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을 하더라도 그 취업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근로빈민을 만드는데 그치는 고용정책을 이제는 버릴 때가 온 것이다. 그간 정부가 주장하여온 유연안정화된 노동시장이라는 게 다름아닌 사회안전망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결합하여 실업문제를 감당하면서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을 없애나가는 구조인 것이다. 실업자의 고용을 통해 복지를 해결하라는 것은 부차적인 수단일 뿐이다.

질의 문제가 배제된 고용정책은 기껏해야 불완전 취업자의 증가를 가져올 뿐이다. 사회적 양극화가 너나 없이 관심의 대상으로 회자되는 가운데 단순히 일자리 만들기보다는 비정규직 보호에 나서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자리 만들기가 근로빈민의 증대로 이어져서는 사회통합 효과는 반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올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예정돼 있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통해 사회통합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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