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을 당원에게, 권력을 국민에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16일 출범한 국민참여연대(국참연). 그들을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대의원에서부터 당의장까지 각종 당직선거에 출마해 열린우리당을 접수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국참연의 현재 회원은 2천여명 수준. 열린우리당 현역의원 31명도 합류하면서 각 언론은 열린우리당내 역학구도와 경선구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사모와 국민의 힘 등을 주축으로 한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노 대통령 친위세력’의 결집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국참연은 열린우리당 4월 전당대회 전까지 1명의 회원이 10명을 끌어들여 2만여명 수준으로 회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해서 전당대회 대의원 1만5천명 가운데 5천명을 확보해 당권을 확보한다는 방침. ‘명짱’으로 불리는 명계남 국참연 상임의장은 국참연 회원들로부터 당의장 출마를 권유받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참여’의 당위성과 목표는 이렇다. “참여정부의 성공은 ‘참여’만이 담보할 수 있고, 든든한 개혁의 진지이자 동력인 열린우리당을 강화하기 위해 ‘참여’해야 한다. 국민참여연대의 목표는 당원이 주인되는 국민정당의 건설이다.”

명 의장은 이와 관련 창립대회에서 1명이 10명을 입당시키겠다는 각오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열린우리당. 못 본체 해서 미안하다, 죽도록 사랑하겠다.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 탄생의 주체자로서 책임질 것이며 연대할 것이다.”


명 의장의 발언을 더 들어보자.

“당 게시판에 탈당과 지지철회 등의 글이 올라오는데 난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런 글 쓰는 사람들은 우리의 적입니다. 내 주변 사람 10명을 더 입당시키겠다는 글이 올라와야 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에 ‘님’자를 붙여야 합니다. 왜 열린우리당이 필요한지 여러분 침묵하지 맙시다.”

명 의장의 인사말에는 ‘참여’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참여를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탈당과 지지철회를 외치는 사람들을 향해서는 가차 없이 ‘적’이라고 규정했다.

그의 적과 아군 판별법은 간단했다. 그의 연대의 대상은 ‘12·19정신’을 공유하며 동의하는 사람. “세상엔 2002년 12월19일 노무현 대통령 탄생을 환호한 사람과 통곡한 사람 두 부류로 나뉜다. 우리는 환호한 사람들과 연대할 것이다.”

명 의장 발언은, 갈등의 순간 ‘노무현식 결단방법’을 강조하는 데서 절정에 달했다. “노무현은 그의 정치인생에서 단 한번도 자기 이익을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당원들은 여러 갈등의 순간에 직면했을 때 ‘노무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먼저 생각하자.”

판갈이가 아닌 ‘물갈이’, 정권재창출을 위한 ‘again 1219’. 그들의 ‘참여’의 목표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그런데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명 의장의 발언에서 ‘참여’의 ‘내용’을 가늠할 수 있었던 것은 딱 한 대목. “합리적, 실용적 개혁을 향해,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우리 모두 숨은 일꾼이 되기를 약속하자.”

그러나 이라크파병 연장안, 비정규직 문제 등 ‘개혁’과 ‘진보’의 가늠자라 할 만한 사안에 대해 과연 ‘참여’ 당원들은 어떤 자세를 취했을까. “개혁을 위해 열린우리당의 체질을 변화시키겠다는 그 외침은 실은 똑같은 머리에서 나오는 똑같은 현상이다. 대중들에게 ‘우리는 변화하기 위해 이처럼 늘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존재감을 드러내려 할 뿐”이라는 한 인터넷 논객의 말처럼 그들은 개혁의 알맹이 없이 ‘참여’만을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용물’이 빠진 ‘참여’와, ‘개혁’의 탈을 쓴 ‘정치공학’의 해악은 이미 참여정부 지난 2년을 통해 신물나게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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