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의 언론화'를 기치로 1997년 1월 처음 모습을 드러낸 저널룩 '인물과 사상'이 출간 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인물과 사상'을 발행하는 도서출판 개마고원은 올해 1월 통권 33권을 끝으로 종간하게 됐다고 17일 밝혔다. 
   
'인물과 사상'은 당시 금기나 다름없었던 '실명비판'이란 원칙을 견지하며 우리 사회의 성역을 깨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마고원은 최근 나온 제33권 사고에서 "그동안 '인물과 사상'의 마당에서는 우리 시대의 주요 인물에 대한 비판적 조명이 시도되었고, 사회적 요구와 필요에 부응하는 어젠다가 제출되기도 했으며 그로 인한 많은 논쟁이 이뤄지기도 했다"며 "작으나마 그러한 나름의 역할과 소임이 있었음을 기쁘게 생각하며, 미력하나마 이를 감당코자 노력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인물과 사상'을 이끌며 1인 저널니즘이라는 신조어를 낳은 전북대 강준만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33권 머리말 '인터넷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터넷의 명암을 조명하면서 종간사를 대신했다. '인물과 사상'은 제1권부터 제25권까지 6년 6개월간은 강 교수가 거의 혼자 주도했고, 제26권부터는 고종석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김진석 인하대 교수를 편집위원으로 위촉, 3인 편집위원 체제로 지금까지 운영돼왔다.
   
그는 "인터넷이 활자매체의 목을 조르고 있다"며 "신속성과 영향력, 만족도 등 모든 면에서 책은 인터넷의 경쟁상대가 되질 않는다. 지난 몇년간 그 이전과는 달리 시사적인 이슈를 다루는 책이 대중의 호응을 얻은 건 거의 없다. 특히 정치 분야가 그렇다. '인물과 사상은 그런 세상의 변화에 순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인터넷 글쓰기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초기의 민중적 장점에만 주목하기엔 인터넷은 너무 비대해졌고 금력과 권력의 눈독이 집중되고 있다. '저항'의 메시지는 이제 제스처로 변해갈 정도로 인터넷은 이제 더이상 아웃사이더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신문들이 먹던 광고라고 하는 밥도 인터넷으로 몰려가고 있다. 더욱 중요한 건 인터넷이 우리 시대 오프라인 행위마저 규제하는 '규범 테크놀로지'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는 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혁주의자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뱉어냈다.
   
그는 "이른바 '개혁주의자'들의 (내가 보기에) 어두운 면을 너무 많이 보았고 너무 많이 겪었다. 나는 노 정권과 그 지지자들이 한나라당에 대해 선악 이분법을 구사하는 것 보고 경악했다. 글을 통해서나마 내가 죽기 전까지 더이상 이런 사람을 만날 수는 없을 거라고 믿었을 정도로 나와 모든 생각이 비슷했던 사람들까지 그 이분법 전쟁에 열혈전사로 참전하는 걸 보면서 나는 더욱 경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간 내가 한국 사회의 어떤 점에 대해 분노했던 건 '이념'이나 '개혁'이니 하는 기존의 그물로는 포착할 수 없는 것이었다"며 "내가 옳다고 믿는 게 이른바 '개혁'을 지지하는 사람들 절대 다수의 생각과 충돌할 때엔, 나의 '퇴출'만이 유일한 해법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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