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이 국내 고용비중을 줄이고 자본의 협상력을 강화시켜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경제, 산업정책의 개입과 고용의 사회적 의제화를 통해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13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제조업 공동화와 노조의 대응'을 주제로 개최한 내부토론회에서 "실증자료를 통해 본다면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저하와 해외직접투자 증가가 제조업 전반의 공동화를 야기하고 있다는 근거는 없다"면서도 노동자들의 고용·노동조건 악화에 대처하기 위해 이같은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 부소장은 구체적으로 단위노조에서는 경영참가 등 사전개입과 단체협약을 통해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에 따른 고용문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산별(연맹)노조에서는 지역, 업종별 사회적 교섭기구를 꾸려 이에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또 중앙조직도 노사정 사회적 교섭기구를 통해 △국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한계산업(불황업종)의 노동자 보호와 기업 구조전환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황선웅씨 역시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진단은 노 부소장과 같았다. 황선웅씨는 "제조업 공동화라는 용어는 엄밀한 학술적 개념을 지닌 것이기보다는 현상의 부정적인 일면만을 강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국내총생산(GNP)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3년 24.6%에서 2002년에는 37.0%로 증가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제조업의 실질적인 위축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황선웅씨는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액이 늘어나는 등 꾸준히 발전하고 있음에도 국내 제조업 고용조건은 악화되고 있으며 국내자본이 해외이전 추진을 무기로 협상력을 강화하고 있어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직접투자에 따라 선진국의 양호한 것보다는 개도국의 열악한 조건들이 국내 노동조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이 같은 하향평준화 과정에서 노동조건의 양극화 문제는 한층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문주 금속노련 정책국장은 “공동화가 현재 닥친 실질적인 문제는 아니다”라는 데는 동의를 표하면서도 “올해부터는 금속제조업종을 중심으로 생산시설 해외이전 등 공동화 현상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