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13일 발표한 지난해 12월 고용동향을 보면 실업자는 2003년보다 3만6천명 늘어난 81만3천명으로 실업률은 3.5%를 기록했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7.9%로, 지난 99년 10.9%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실업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고용의 질이 악화됐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정부는 올해 초 공공부문에 4만1천여명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자칫 이 사업이 제2의 공공근로 사업으로 전락해 단순히 취업애로층에 대한 단기 소득보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사회적 기업> 소책자를 펴낸 정선희 기부정보가이드 대표는 “사회적 일자리가 의미있는 시장으로 형성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역할과 수익모델을 조화시킨 사회적 기업의 형태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정선희 대표를 만나 사회적 기업의 정의와 한국에서의 가능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사회적 기업’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사회적 기업은 영리적인 기업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창출된 수익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환원하는 기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은 두 마리의 토끼를 좇는다. 바로 ‘영리적 이윤 창출’과 ‘사회적 사명 수행’이다. 쉽게 말해 사회적 기업은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을 말한다.”

-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해 달라.
“미국의 ‘파이오니어 휴먼 서비시즈’라는 사회적 기업은 약물중독자나 전과자 등 1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직된 비영리 기관이다. 이 기관 산하에 미국의 보잉사가 지원하는 ‘파이오니어 인더스트리즈’가 있으며, 이 곳에서는 보잉사가 요구하는 각종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파이어니어 인더스트리즈 직원의 85% 이상은 전과자이거나 약물 중독자로 재활프로그램 출신, 또는 현재 훈련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이다. 또 보잉은 부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공급하고 작업시간에 따른 인건비를 파이어니어 인더스트리즈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정선희씨는
서울대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남가주대에서 사회사업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골고루 따뜻한 세상 만들기'를 꿈꾸었던 그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단체에서 인턴활동을 하다가 '기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 다양한 기부정보를 담은 웹사이트 '기부정보가이드(www.giveguide.com)'를 운영, 기업의 사회공헌 컨설팅 및 비영리 기관 컨설팅, 사회단체의 모금 교육 등을 병행하고 있다.
-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아직은 기업이기보다 '공동체'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실업극복국민재단에서 지원하고 있는 (주)함께일하는세상, 늘푸른사람들과 같은 환경친화적 청소용역사업이 있다. 컴퓨터 재활용사업을 하고 있는 (주)컴원도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 가능한 모델이다. 특히 호스피스 사업을 하고 있는 교보생명의 경우 저소득 여성을 호스피스로 교육하는 데 이에 소요되는 교육비를 지원하고 급여도 직접 지급하고 있다.”

- 사회적 기업에서 꼭 필요한 요건은.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고기를 낚는 법'을 가르쳐 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더 이상 자선이 아닌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이는 정부, 기업, 비영리 단체 등 사회구성원들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앞서 설명한 ‘파이오니어 인더스트리즈’가 사회적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파이오니어 휴먼 서비시즈’라는 비영리 단체와 미국의 대표적 기업인 보잉사의 철저한 파트너십이 결합됐다는 점이었다.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려는 민간재단과 기업이 파트너십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 또한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는 비영리단체에 세제 지원 등 법적 제도를 마련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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