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2일 "현 단계에서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유지를 근간으로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하는 단계"라며 "북한의 이러한 체제내적 변화모색을 북돋워 줘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리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 조찬연설에서 "북한은 동구라파가 겪었던 체제전환과는 다른 중국과 베트남과 같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도 올해가 당창건과 해방 60주년, 선군정치 10년 등 이른바 '부러지는 해'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며 "그런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이끄는 게 정부의 정책이며 따라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올해 외교 및 대북정책의 기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장관은 조시 부시 대통령의 집권 2기 외교안보 진용과 관련, "인선되는 상황을 볼 때 대외관계에 협력적인 사람이 들어오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1기 때와 비교할 때) 한미간에 더 긴밀하고 우호적인 협조관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내정자와 신임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기 때에도 백악관에서 호흡을 맞춘 인물들로 그 어느 때보다 국무부와 백악관간에 불협화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문제와 관련, 반 장관은 "북한이 차일피일 대화테이블로 나오는 것을 미루고 있는 게 현실"이며 "현재 한·미·일 3국은 북한에게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결단을 내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또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 장에 나오면 여러가지 신축적 입장을 취할 수 있지만 그 이전에는 어떤 양보나 타협, 신축적 자세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중국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을 만나서도 중국이 당사자(북한)의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이니셔티브를 취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으며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중국 방문에서 같은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안다"고 소개했다.
 
반 장관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해외주둔 미군의 역할변화와 재배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한반도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지역이고 군사적 대치가 이뤄지고 있는 특수지역이라는 상황을 고려하면서 금년 한해 한미 양국이 협의를 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관계와 관련, 그는 "그간 미국에 의해 주도되고 미국에 의존해왔던 패러다임이 바뀌고 '얘기할 것은 얘기하는 단계'로 가면서 국내 일각에서 심리적 변화를 느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그런 변화도 안정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 장관은 "FTA(자유무역협정)의 경우 특정산업의 이해관계를 따지게 되면 추진하기 힘들다"며 "정부는 산업간 이해관계를 상쇄시키기 위해 동시다발적인 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에 비해 중국과의 무역비중이 커지면서 미국을 도외시하는 현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중국과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미국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았으며 미국은 여전히 한국의 정치·외교·안보·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반 장관은 남아시아 쓰나미(지진·해일) 피해와 관련, "현재 우리나라의 ODA(정부개발원조) 예산이 GNP의 0.06%로 유엔의 권고수치인 0.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0.24%에 턱없이 모자란다"며 "세계 10위권대의 경제규모 수준에 맞게 이를 2009년까지 0.1%로 올릴 것을 건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쓰나미 피해 정부 대처에 대해 "정부가 늑장대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은데 초기에는 전 세계가 허둥댔다"며 "정부의 대처가 미흡하고 부족했더라도 고생한 현지 교민과 정부 관계자의 사기를 북돋워달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재외공관장의 대외개방 폭에 대해 "홍석현 주미대사 내정자를 포함해 이번에 20명의 재외공관장이 내정됐으며 그 가운데 20%인 4명이 외부에서 영입됐다"며 "외교부는 능력과 자격, 덕망을 갖춘 분에 대해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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