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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금 ‘타령’ 전에 사과부터 하라이명박 서울시장, 지하철사고 희생양 찾기 골몰…근본대책 없어
지하철 화재사건 수습의 초점이 방화범 검거에 맞춰지는 듯한 양상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사진>은 지난 3일 발생한 서울 지하철 7호선 화재사건 방화범에게 도시철도공사가 내 건 1천만 원 외에 추가 현상금을 내 걸어 설 연휴 전 검거가 가능토록 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계획범죄’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10일 서울시청 정례간부회의에서 이명박 시장은 7호선 화재사건과 관련 “대대적인 현상금을 걸어 설 연휴 전에 방화범을 검거하라”고 독려했다. 이 시장은 또한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날 출근시간대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방화범은 계획적인 범죄를 벌인 것”이라며, “범인이 도시철도공사의 폐쇄회로 TV에도 잡히자 않았다는 점, 광명역에서 불을 껐는데도 온수역으로 가는 과정에 다시 불이 붙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사건 관련자 책임 추궁에 열심인 이 시장은 그러나 도시철도공사의 운영 주체인 서울시 수장으로서 정작 자신은 사건 발생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이번 사건은 인재”라고 강조한다. 이 시장은 지난 4일 사고 원인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우리 지하철이 방재시스템을 그런대로 갖추고는 있으나 사령실, 역무실, 기관사 등 당시 담당 직원 모두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희생양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객차 내에서 의도된 방화가 발생할 경우 화재감지 장치가 존재하지 않고, 승무원 1인이 승객감시, 안내방송, 출입문 취급 등을 도맡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화재 발생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운영 시스템에 관한 근본적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한 마디로 부인한다. “사람이 적어서 그런 게 아니고, 사람이 더 있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결국 각 역할을 맡은 직원들이 어떤 자세로 일했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에게 책임을 묻겠다면, 시장으로서 책임을 소홀이한 자신의 과오부터 사과했어야 한다. 대구 지하철 사고 이후, 2003년말까지 전동차 내부를 전면 불연재로 교체하겠다고 약속했던 서울시가 2004년말까지 불연재 교체율이 불과 20%에 지나지 않았음을 이 시장이 모르지 않았을 텐데도 말이다.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가 자신에게는 왜 그리 느슨한지 모를 일이다.

서울지하철에 비해 도시철도공사가 훨씬 적은 수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동화율 96%를 강조했던 것도 적은 인력으로 운영해야 하는 현실을 감추기 위한 방책이란 것이 공사 노조측의 설명이다.

“우리 도시철도는 무인운전이 가능한 전동차입니다.” 첫 운행을 시작한 94년 이후 도시철도공사가 줄곧 내세웠던 홍보문구다. 불이 나도 어쩌지 못하는 1인 승무원제가 문제라지만, 공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시스템은 ‘무인승무원제’다. 불이 나도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을 서울시 스스로가 추구해 왔다는 말이다. 7호선 화재사고도 예정된 결과였을 뿐이다.

화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승무원의 부주의로 사고를 키웠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고, 방화범 검거에 박차를 가해야 함도 물론이다. 하지만 궁금하다. 그는 왜 도시철도 운영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1인 승무원제’가 가진 문제에 대해 애써 부인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남의 탓’임을 강조하는 그의 태도는 이런 의문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지난 4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사고 책임이 정부에게 있냐 서울시에 있냐를 두고 ‘우스꽝스런’ 공방을 벌였다. 정치권의 “서로 네 탓” 싸움에, 공포에 떨었던 승객들은 아연실색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시장이 공사 운영 시스템의 문제를 시인하는 것은 그의 대권 행보가 암초에 걸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이번 사고에서 인명피해가 있었다면 이 시장에겐 치명적이었을 것”이란 서울시 고위관계자의 말이 이 시장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오랜 기간 동안 국민들은 정치논리를 진실이라 믿도록 강요받아 왔다. 비본질적인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본질을 감추는 정치인들의 언변에 속을 만큼 속아 왔다. 이젠 솔직하고 투명하게 엎드리는 정치인을 볼 때도 됐다. 국민들 욕심인가?

이문영 기자  2door0@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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