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얻었다며 마냥 좋아했었는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

9일 저녁 대구 칠곡가톨릭병원 영안실에서는 전날 오전 경북 칠곡군 가산면의 장갑 제조공장 시온글러브 화재사고로 갑작스레 자식들을 잃은 유가족들의 오열이 끊이지 않았다.

사체가 심하게 불에 타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은 고 이재훈(22.경북 포항시 북구 .정신지체 2급)씨의 어머니 장덕자(47)씨는 "2년전 첫 일자리를 얻었다며 마냥 좋아하던 모습이 선한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환경미화원인 아버지와 같은 장애를 가진 동생을 둔 이씨는 고등학교 졸업후 직업전문학교에서 자격증을 취득해 장갑 제조공장에 취직하면서 장애를 딛고 일자리를 얻었다는 기쁨으로 직장생활을 해왔지만 그 기쁨도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공장으로 달려간 뒤 수차례 실신했던 어머니 장씨는 뒤늦게 정신을 추스르고는 "아직도 아들이 떠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딱하게 변을 당한 동료들과 함께 가는 길이 외롭지나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숨진 이씨와 합동으로 마련된 고 유윤성(29.대구시 동구 방촌동)씨의 빈소도 하루종일 울음이 떠나지 않았다.
   
6남매 중 막내인 유씨는 2000년 시온글러브에 입사한 뒤 사고로 지체장애를  얻게 된 매형과 함께 근무해오다 이번에 변을 당했다.
   
유씨의 누나 연순(43)씨는 "동생은 장애 때문에 사회적으로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지만 일자리를 얻고 나서부터 희망을 갖고 살 수 있었다"며 "이제는 영원히  차별 없는 세상에서 그저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며 울음을 삼켰다.
   
이밖에도 칠곡가톨릭병원에는 각각 정신지체장애 3급으로 함께 변을 당한 이동열(26.강원도 강릉시 구정면)씨와 최상재(38.경북 영천시 문리동)씨의 빈소도  마련돼 조문객들의 발길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한편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함께 정확한 화재원인 조사를 위한 현장감식을 벌였으며 심하게 훼손된 시신 3구에 대해선 DNA 샘플을 채취, 신원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칠곡=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ms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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