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개혁입법 연내처리를 강조했던 천정배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연내처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3일 이부영 의장과 상임중앙위원 등 지도부도 한나라당과의 협상과정 등에서의 당내 혼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열린우리당은 오는 5일 의원총회와 중앙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비상대책위는 오는 4월2일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임시지도부로서 선거관리 등 권한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대위 구성을 살펴보면 향후 열린우리당 내부 권력관계의 재편 방향을 점칠 수 있어, 구성 초기 단계에서부터 당내 각 계파간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또 당권을 소장파(개혁당 그룹)가 쥐게 될 것인지, 안개모 등을 중심으로 한 중도성향의 중진그룹이 쥐는 가에 따라서 2월 임시국회에서 대야 전략의 기조도 달리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달 말까지 당직 개편을 하지 않기로 하는 등 당 내부는 당분간 조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표는 3일 “당직자 개편은 연초에 일괄적으로, 가능한 가까운 시일 내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당대표회담에서 과거사법에 합의했다는 등의 이유로 영남권 중진 등 보수파들로부터 맹공을 당했던 김덕룡 원내대표도 두둔하고 나섰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앞으로 보름에서 한달 정도는 표면적으로는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근혜 대표는 이 시기를 자신을 중심으로 한 지도체제를 더욱 강고하게 구축하기 위한 시간으로 삼을 것으로 보여, 물 밑에서는 벌써부터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