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연맹(위원장 백순환) 4기 임원선거가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무산되면서 재선거가 마무리될 때까지 연맹사업의 파행이 우려되고 있다.

금속연맹은 선거 직후 비상중집회의를 긴급 소집, 이날 선출된 우병국 부위원장을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추대했으며, 다음달 4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가예산과 재선거 일정을 확정짓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도부 공석사태와 함께 예산안과 사업계획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1월로 예정됐던 장기투쟁사업장 순회와 2005년 임단협 준비 등 일부사업의 차질과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맹 선관위는 지난 27일 선거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다득표자에 대한 신임투표 없이 30일 이내에 재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27일께 정기대의원대회를 속개해 선거를 치러야 한다. 현 선관위와 대의원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전재환 204, 정형기 185, 무효 52

금속연맹은 지난 28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어 전재환-김경석-나양주 후보조와 정형기-박상철-이시욱 후보조를 두고 대의원 투표를 실시했으나 재적대의원 441명중 각각 204표(46.25%)와 185표(41.95%)를 얻는데 그쳤다. 기표를 하지 않거나 두 후보에 모두 기표한 것 등 무효표는 11.79%인 52표에 달했다.

당초 선거구도에 대한 불만을 가진 일부 대의원들이 ‘선거보이콧’을 추진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우려됐던 선거무산이 현실화된 것이다. 한 대의원은 “현재 연맹의 위기는 단일 ‘정파’로 구성된 지도부가 해결할 수 없다”며 “재선거에서 통합지도부 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무효표의 목적이 통합지도부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양쪽 선대본은 선거 당일까지도 “명분도 없고 정치적 부담도 크기 때문에 선거를 무산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무산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대의원들은 그러나 실제로 선거가 무산되자 연맹사업의 파행이 우려되는데도 불구하고 무효표를 던진 대의원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금속연맹의 현재 조직상황을 반영했다는 분석도 있으나 향후 내부갈등이 더 고조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민주노총 내 선거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3개 진영이 대결했으나 금속연맹 이번 선거는 2파전으로 치러졌다.

한편 금속연맹 역대선거의 표 분포를 감안할 때 전재환 후보조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19표로 차이가 적었던 것은 예상 외로 유동표가 존재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통합지도부 구성되나

이에 따라 금속연맹 정상화의 관건은 재선거 국면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양쪽 선대본은 4일 열리는 중앙위 결과에 따라 선거구도와 후보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 밝혔으나 통합지도부 구성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선거무산의 목적이 분명한 가운데 재선거에서 통합지도부를 구성한다는 것은 선거무산에 대한 책임을 덮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논의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강경하다. 그럴 경우 재선거도 이번 구도대로 2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또 선거규정상 출마한 후보들이 재선거에 다시 출마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어 현 후보들의 재출마 여부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재선거에서 똑같은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선거규정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대의원은 “연맹내 분파주의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4일 중앙위에서 선거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반득표자가 없더라도 다득표자에 대한 신임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확정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통상관례에 따라 당선자가 과반수 득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규정보완 여부는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진영도 과반수 대의원의 지지를 못받고 있는 상황에서 재선거 구도를 어떻게 짤지는 금속연맹이 안고 있는 딜레마다. 하지만 4기 지도부를 구성하는 문제와 상관 없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연맹내 정파 문제와 조합원들의 무관심 등은 금속연맹의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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