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멜로 영화, 저도 놀랍습니다."

'거미숲'의 송일곤 감독이 '깃'으로 다시 관객들을 만난다. 
   
'깃'은 다시 만나자는 옛연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주도의 섬 우도를 찾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소통을 그린 작품. 원래는 지난 10월 열렸던 서울환경영화제의 개막작인 옴니버스 영화 '1.3.6' 중 한편으로 제작됐지만 이 영화를 관람한 소수 영화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로 일반 극장에서도 개봉된다.

스스로 '느닷없다'는 표현을 쓸 만큼 영화는 전작 '거미숲'과 달라보인다. 영화는 극적 굴곡이나 복잡한 상징 혹은 화려한 테크닉을 배제하면서 잔잔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미숲'을 2년 반동안 만든 뒤 저도 그 영화의 주인공처럼 어두운 터널을 지나간 것 처럼 지쳐있었어요. 마침 환경영화제에서 제의가 와서 가까이 지내는 스태프들과 일단 제주도로 갔습니다."
   
줄거리의 어느 정도의 틀은 가지고 제주도에 갔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맑은 첫사랑 이야기를 찍자." 기존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내용의 시나리오로 바뀌었고 그는 바뀐 생각대로 맑은 연애담 한 편을 만들어냈다.

다음은 28일 열린 영화의 시사회 후 만난 감독과의 일문 일답이다.

-제목 '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깃'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생각보다 다양하다. 새 날개의 털이라는 뜻도 있고 옷의 소매, 바람에 날리는 어떤 것 등 여러가지다. 삶의 끝자락에서 바람 맞은 깃 같은 것을 찾고 싶었다. 영화의 주인공 현성에게는 소녀가 그런 의미다.
   
-제작비가 7천만원이다. 다른 영화들과 비교가 안될 만큼 터무니 없이 적은 예산을 들인 셈이다.   
▲7천만원을 들여 만든 영화지만 100억원짜리에 비해 영화 자체의 힘이 폄하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적은 수의 스태프들이지만 좋아하는 배우들, 동생들과 함께 힘을 모아 나름의 의도대로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최근 제작된 '마이 제너레이션'이나 '양아치 어조' 같은 독립영화들이 (관객들에게) 많이 보여졌으면 좋겠다.

-촬영에서는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뒀나.
▲관객들이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배우들의 동선과 호흡을 해치지 않으려고 했고 두대의 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카메라는 두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쫓아다니며 이들의 모습을 집중해서 순간포착했을 뿐이다. 
   
-여주인공 소연의 장래 희망은 탱고 댄서다. 어떤 의도에서인가.
▲섬이라는 외진 공간과는 낯선 느낌이 드는 게 탱고다. 과거의 정보가 거의 주어지지 않고 있지만 소연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나 외로움을 가지고 있는 여자다.
이 순수한 소녀가 꿈꾸는 이상의 최대치로서 탱고를 등장시켰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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