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여지 없는 압도적 지지로, 올해의 10대 노동뉴스 '톱'의 자리는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이 차지했다. 지난해의 경우 1, 2위간 표 차이가 크지 않았던 반면 올해는 2위와의 표 차이가 20% 가량 되는 등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이 갖는 파장이 대단했던 한 해였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본격적 신호탄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7~24일 9일간 노·사·정 및 공익(시민단체·전문가) 93명을 대상으로 ‘2004년 10대 노동뉴스’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명(90.3%)가 ‘민주노동당 10석 당선, 의회 제3당으로’를 꼽았다. 민주노총 20명 전원(100%), 한국노총 18명(90.0%) 등 노동계는 95%가 꼽았으며, 경영계도 14명 중 13명(92.9%), 정부 12명 중 10명(83.7%), 공익(85.2%) 등 정부를 제외하고 모두 1위 뉴스로 선정했다.
지난 4월 총선,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뒤흔드는 사건이었다. 오랫동안 노동계와 진보진영이 추진해왔던 진보정당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험의 결실을 맺었던 것이다. 권영길, 단병호 등 전직 민주노총 위원장이 진보정당의 ‘노동자 후보’로 의회에 진출했다는 것은, 본격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신호탄이란 점에서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 정부 역시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또한 이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에 힘입은 것이어서 정치·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도 함께 입증한 셈이었다.
노동계 분노 불러낸 정부 비정규법안
2위는 ‘정부 비정규법안과 노동계 총파업’이 64명(71.0%)의 지지로 선정됐다. 파견업종 전면확대 등을 골자로 한 정부 비정규법안은 노동계 전반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도화선이 됐다.
이는 5위 ‘현대중 하청노동자 박일수씨 분신사망’(49명, 55.9%)과 10위 ‘현대차 사내하청 전 업체 불법파견 판정’(23명, 24.7%) 등과 연결되는 사안이다. 정부는 비정규법안을 내놓으며 ‘노동시장 유연안정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노동현장에서는 ‘비정규직 보호’를 약속해 온 정부가 노동자가 분신을 선택하고 현대차라는 대표적 재벌기업이 노골적인 불법파견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더 확대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였다.
결국 정부 비정규법안은 비정규노동자의 열린우리당사 점거, 국회 타워크레인 고공농성 등 비정규노조들의 고강도 투쟁(29위, 8.6%)과 노동계 총파업이라는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국회 처리가 불발되면서 내년으로 넘겨지게 됐다.
양대노총 새 집행부 변화 기대
올해는 양대노총 모두 주목받는 한 해였다. 올 초 새로운 노선의 이수호 집행부가 출범(6위, 47명, 50.5%)하면서 민주노총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수호 집행부는 내부개혁, 대안제시, 적극적 대화 등을 기치로 삼아 변화를 예고했다. 게다가 올해는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 경총 이수영 회장, 노동부 김대환 장관 등 노사정이 모두 새 수장으로 교체되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실제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여는 등 5년만에 노사정 대화 채널이 복원(20위, 16명, 17.2%)됐으며,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 방침에 대한 내부 논의를 시작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노총은 지난 총선에서 녹색사민당이 참패한 뒤 이남순 위원장이 사퇴(9위, 28명, 30.1%)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보궐선거로 이용득 위원장이 당선(14위, 21명, 22.6%)되면서 한국노총도 일대 변화를 예고했다. 한국노총은 최초로 전태일 묘소를 참배한 데 이어 대대적 조직개편, 양대노총 공동투쟁, 25일간 천막농성 등 개혁행보를 보여왔다.
공무원 첫 파업, 보건 첫 산별파업의 가능성
올해 역시 굵직한 사건이 많은 한 해였다. 3위를 차지한 공무원노조 첫 파업(60명, 64.5%)은 “공무원도 노동자”라는 역사적 선언을 최초의 집단행동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고강도 대량징계라는 혹독한 시련을 가했고 국회는 연내 공무원노조법 처리를 예정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첫 산별파업과 산별협약 체결도 7위(44명, 47.3%)에 올라섰다. 보건의료노조는 오랫 동안 산별교섭을 추진해오다 올해 첫 결실을 맺었다. 민주노총에서는 3위(15명, 75%)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의 조건부 탈퇴 결의와 이어진 산별협약에 대한 논쟁(35위, 7.5%)은 산별교섭에 만만치 않은 과제를 던져주기도 했다.
한편 LG정유노조의 파업은 민주노총 탈퇴, 대량해고(8위, 32명, 34.4%)로 이어지는 등 큰 파장을 남겼다. 이 사건은 노동계(14위)보다 상대적으로 경영계(4위)에서 특히 주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사건이 노동운동 위기 논쟁(12위, 22명, 23.7%)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때, 노사관계에 있어 의미심장한 사건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5일제·고용허가제 시행 상위권 꼽아
‘주5일 시대 개막’(4위, 52명, 55.9%)과 ‘고용허가제 시행’(10위, 23명, 24.7%)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위권에 들었다. 지난해는 주5일제와 고용허가제 도입을 위한 진통의 기간이었다면 올해는 산고를 끝내고 첫 발을 떼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정부에서 주5일제 시행 1위(91.7%), 고용허가제 시행 5위(58.3%) 등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주5일제는 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 차별해소 문제가 과제로 꼽히고 있으며, 고용허가제 역시 산업연수생제도와의 병행실시로 반쪽짜리 개선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올해도 각 조직별로 관심사의 차이를 보였다. 한국노총은 조직 내부의 사건들을 상위권에 포진시키는 특징을 보였다. 총선 참패(2위), 공공3연맹 통합(3위), 25일간 천막농성(3위), 이용득 위원장 당선(5위) 순이었다. 민주노총은 개혁입법 요구와 국회 앞 천막농성(7위), 남북노동자 평양서 첫 노동절 공동행사(8위), 금속산업연맹 현대중노조 제명(10위)를 10위권 이내로 포함시켰다.
경영계는 다양한 사건에 고른 관심사를 보였다. 공동 8위에 11개 사건이 올랐다. 경총회장단 교체, 제조업 공동화, 사회연대기금, 노동운동 위기, 근골격계질환, 퇴직연금제 국회 상정 등이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경우, 9위에 ‘노사정위,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 체결’(9명, 33.3%)을 선정한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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