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에도 ‘도’가 있는 법이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아 먹고사는 언론 바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친노 성향의 인터넷매체 <데일리서프라이즈>(이하 데일리서프)가 최근 <레이버투데이>의 기사를 표절한 것은 그 도를 훨씬 뛰어넘었다.
 
데일리서프는 12월 21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월간 <말> 신년호 인터뷰 내용을 “노회찬, ‘우리당이 뉴라이트, 자유연대는 수구’”<사진>라는 제목으로 인용 보도했다.
 

 
하지만 이 보도 내용 대부분은 <레이버투데이>의 기사를 ‘통째로 베낀 것’이어서 향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데일리서프는 기사 초반부의 문장 두어 군데만 자신의 ‘손’을 댔을 뿐, 노 의원의 멘트, 부연설명, 기사 구성 등을 그대로 베껴썼다.
 
총 9개의 문단으로 쓰여진 데일리서프의 기사는 첫 문장과 세 번째 문단 첫 문장만 다를 뿐, 나머지는 모두 레이버투데이의 기사를 전재했다. 명백한 ‘기사도둑질’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세 번째 문단부터 마지막 문단까지는 레이버투데이의 기사 내용과 비교해 글의 흐름은 물론,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이쯤되면 단순한 ‘베끼기’를 뛰어넘어 ‘마우스로 긁어서 그대로 오려붙였다’고밖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오만하다고 해야할지, 용감하다고 해야할지 모를 일이다.
 
데일리서프는 특히 이 기사를 12월 21일 저녁부터 초기화면 빠른뉴스란에 ‘톱뉴스’로 배치했다. 다른 뉴스들이 하나씩 ‘순환’되는 반면, 이 기사는 레이버투데이가 전화를 걸어 직접 문제제기를 한 22일 오후 3시경까지 ‘톱뉴스’로 올라와 있었다. ‘명백한 기사도둑질’로 작성된 기사를 자신들이 생산한 양 ‘주요뉴스’로 배치한 것이다.
 
기사 말미에 달린 ‘ⓒ 데일리서프라이즈’라는 ‘저작권’ 표시가 무색할 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기사가 데일리서프의 ‘편집국장’ 명의로 작성됐다는 점이다. 
 
데일리서프 편집국장은 이에 대해 “모 기자에게 취재지시를 내렸으나 말지를 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굉장히 큰 실수를 저질렀다. 공식적으로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해당기사를 곧바로 ‘자진삭제’했다.
 
그는 기사작성자가 편집국장 명의로 돼 있는 것과 관련, “나도 방금 알았다, 실수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언론계의 기사 표절 시비는 이미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다수의 기자들이 기사 작성 과정에서 타사의 기사를 출처없이 ‘인용’하는 것은 사실상 언론계의 오랜 관행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기사 대부분을 통째로 갖다 베끼는 것은, 요즘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아닐 수 없다. 단순히 담당 기자의 ‘도덕 불감증’이라고 치부하기엔 사안이 작지 않다.
 
데일리서프라이즈는 이른바 친노 성향인 ‘개혁네티즌’들의 열망 속에 태어난 정치전문 ‘신생’ 매체다. 이들은 창간 과정에서 프로페셔널한 기자들을 대거 영입, 국내 최고의 정치 언론매체를 만들겠다고 호언하며 언론사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노골적인 ‘기사표절’ 행위는 ‘공적 언론’으로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데일리서프는 이에 대해 단순한 ‘사과’를 넘어 일정한 ‘책임’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행위가 ‘프로페셔널’답지 않은 것은 물론, 네티즌들의 눈을 속이는 일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개혁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언론’이라는 자신들의 레떼르가 부끄럽진 않은가.
 
다음은 <레이버투데이>와 <데일리서프라이즈>의 기사 원문이다.

<레이버투데이>
“열린우리당이야말로 진정한 뉴라이트”  
 노회찬 의원 <말>지 인터뷰서 밝혀···“뉴라이트 자임 세력들은 뉴수구일뿐”
 
“정작 열린우리당이야말로 신자유주의, 신보수주의를 추종하고 있으므로 과거의 수구적 우파들과 비교할 때, 진정한 의미의 ‘뉴라이트’라고 말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20일 발행된 월간 <말> 신년호와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이야말로 진정한 ‘뉴라이트’”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최근 몇몇 운동권 출신과 젊은우익 세력들이 모여 ‘뉴라이트’라는 신보수 운동을 전개하고 나선 데 대해 “황당무계한 소리”라고 일축하며 이같이 말했다. 
 
노 의원은 “진정한 ‘뉴라이트’인 열린우리당의 저항세력인 수구파들이 논리·명분·도덕성 등 모든 면에서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대신하기 위해 응원군으로 나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뉴라이트’가 아니라 ‘뉴수구’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 의원은 또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과 관련 “상정 일주일 전부터 사전계획을 세웠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노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더 강력하게 나설수록 오히려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여러 가지로 주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리더십에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 의원은 최근 당 내외에서 민주노동당이 국가보안법 때문에 민생 문제 등 다른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과 관련해선 “다분히 결과론적인 시각”이라고 일축하며 “국가보안법은 국가보안법대로 가고 민생은 민생대로 가야 한다”며 어느 한쪽만을 우선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의원이 국회에서 폭로해 정국을 뒤흔들었던 주한미군의 ‘동북아지역군 역할변경’과 관련해서도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 의원은 “미국의 국방부 당국자가 국내 모 일간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동북아 지역군으로 역할 변경은 이미 합의가 되어 있으므로 주한미군은 한국의 동의없이 움직일 수 있다’는 발언이 있다”며 “이는 스스로 내 폭로내용을 입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이 폭로 문건을 입수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미 당국은 NSC와 청와대 일부를 지목하고 그들을 (자료유출 당사자로)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청와대 직무감찰 보고서’ 이외의 모든 자료는 합법적으로 입수한 것”이라며 “직무감찰 보고서 역시 다른 의원들도 여럿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도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의원은 민주노동당의 정보접근성과 관련, “열린우리당 사람들에게는 자료를 복사하게 하면서, 민주노동당 사람에게는 열람만 허용하는 식의 차등 대우가 있다”며 애로사항을 털어놓기도 했다.
 
노회찬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 6개월을 돌아보며 “아마 밖에서 보면 굉장히 실망스러울 것이다. 변명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정치에 대한 평가는 냉혹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이라는 토를 달며 변명해서는 안 된다”며 주위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데일리서프라이즈>
노회찬 “우리당이 뉴라이트, 자유연대는 뉴 수구”
‘월간 말’ 인터뷰 “민노당 원내진출, 실망스럽다면 받아들일수밖에”
 
2004-12-21 18:28 *** (
****@dailyseop.com) 기자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20일 나온 월간 말 신년호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이야말로 신자유주의, 신보수주의를 추종하고 있으므로 과거의 수구적 우파들과 비교할 때, 진정한 의미의 ‘뉴라이트’라고 말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최근 몇몇 운동권 출신과 젊은우익 세력들이 모여 ‘뉴라이트’라는 신보수 운동을 전개하고 나선 데 대해 “황당무계한 소리”라고 일축하며 이같이 말했다.
 
노 의원 특유의 비수형 독설은 계속됐다. 그는 “진정한 ‘뉴라이트’인 열린우리당의 저항세력인 수구파들이 논리·명분·도덕성 등 모든 면에서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대신하기 위해 응원군으로 나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뉴라이트’가 아니라 ‘뉴수구’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더 강력하게 나설수록 오히려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여러 가지로 주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리더십에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 의원은 최근 당 내외에서 민주노동당이 국가보안법 때문에 민생 문제 등 다른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과 관련해선 “다분히 결과론적인 시각”이라고 일축하며 “국가보안법은 국가보안법대로 가고 민생은 민생대로 가야 한다”며 어느 한쪽만을 우선시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 의원이 국회에서 폭로해 정국을 뒤흔들었던 주한미군의 ‘동북아지역군 역할변경’과 관련해서도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 의원은 “미국의 국방부 당국자가 국내 모 일간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동북아 지역군으로 역할 변경은 이미 합의가 되어 있으므로 주한미군은 한국의 동의없이 움직일 수 있다’는 발언이 있다”며 “이는 스스로 내 폭로내용을 입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이 폭로 문건을 입수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미 당국은 NSC와 청와대 일부를 지목하고 그들을 (자료유출 당사자로)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청와대 직무감찰 보고서’ 이외의 모든 자료는 합법적으로 입수한 것”이라며 “직무감찰 보고서 역시 다른 의원들도 여럿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도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의원은 민주노동당의 정보접근성과 관련, “열린우리당 사람들에게는 자료를 복사하게 하면서, 민주노동당 사람에게는 열람만 허용하는 식의 차등 대우가 있다”며 애로사항을 털어놓기도 했다.
 
노회찬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 6개월을 돌아보며 “아마 밖에서 보면 굉장히 실망스러울 것이다. 변명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정치에 대한 평가는 냉혹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이라는 토를 달며 변명해서는 안 된다”며 주위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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