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치매증상을 보이고 있는 80대 고모를 강제로 노인병원에 입원시킨 후 예금을 가로챈 40대 부부에게 감금죄 등을 적용, 유죄를 선고한 확정판결이 나왔다.
   
사회의 고령화로 자식이 부모를 노인병원에 강제입원시키는 일이 심심찮게 생기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번 판결은 비록 치매증상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적법성과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처벌대상이라는 점을 엄중히 경고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대법원 3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20일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고모 2명을 강제 입원시킨 뒤 예금을 인출, 빚변제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부부에게 감금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인성 치매환자가 치료기관인 병원에 입원하면 마음대로 외출을 할 수 없는 감금상태에 놓이게 된다"며 "입원 과정에 적법성과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신체적 자유를 제한, 형법상 감금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신보건법 등은 치매환자를 본인 동의없이 장기간 입원시킬 경우 보호의무자의 동의나 시.도지사의 입원치료 의뢰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보호의무자도 아닌 피고인들이 관할관청에 피해자들의 보호를 요구하지도 않은 채 입원시킨 것은 위법한 행위"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은 당시 거액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었고 무직이어서 일정한 수입도 없었다"며 "고모들이 구급차에 실려가는데도 이를 돌보기는 커녕 은행에 가서 고모들의 예금 인출이 가능한 지 문의, 한달도 못돼 4억4천여만원을 가로챘고 사전에 주민들로부터 입원 필요성을 확인하는 서면을 받는 등 재산을 가로챌 의도로 감금시킨 혐의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1억5천여만원의 채무에 시달리던 강모씨 부부는 작년 7월 채무변제를 위해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는 고모 2명의 예금을 빼돌리겠다고 마음먹고 고모들을 노인병원에 강제입원시킨 후 예금통장을 훔쳐 4억4천여만원을 무단 인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씨 부부는 1심에서 공동감금, 사기, 절도,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사 행사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 법원은 고모들의 치매증상이 심해 입원의 필요성이 있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공동감금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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