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천건 신청 예상…민주화운동계승방안 모색도

-20일 1차 마감이후 법적용 경직 소외자 속출할 듯

민주화운동보상법 신청 마감일이 코 앞으로 닥쳤다. 지난 1월 12일 공포된 '민주화운동과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에관한법률'(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지난 8월 21일부터 3개월에 걸쳐 있었던 보상금 및 명예회복 1차 신청접수가 오는 20일 마감된다.

* 민주화운동보상법이 만들어지기까지

민주화운동보상법이 만들어지기까지 그 우여곡절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민족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유가협)소속 부모들이 지난 98년 겨울부터 422일간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여온 결과, 지난해 12월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진상규명을위한특별법' 등 2개의 법안이 마침내 통과됐다.

이에 지난 7월 시행령 공포 이후 정부는 이 법의 핵심추진기구로 심의위원회를 입법, 사법, 행정부에서 각 3인씩(총 9명)을 위촉해 구성했고, 각 기관·단체에서 모두 192명을 추천받아 △관련자여부심사분과위 △장해등급판정분과위 △명예회복추진분과위 △기념사업추진분과위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1차 신청접수 마감기한인 오는 20일까지 전국시도별로 신청을 받고 있으며, 9월말 현재 모두 2,264명으로(표 참조)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나 오는 10월 20일 1차 마감을 하면 총 신청건수가 4∼5천건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접수가 끝나면 기초사실조사에 이어 분과위 심사를 거쳐야 하며 보상여부는 보상금 지급이 신청일로부터 90일 이내, 행방불명된 자의 경우 120일이내 가려야 한다.

유가협,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도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37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국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이수호, 박원순, 한충목)를 4월 발족하고,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는 피해자들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이 법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개정을 요구하는 한편 기념사업을 추진하라고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 누가 해당되나?

민주화운동보상법은 69년 8월 7일 3선 개헌 발의일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법 적용시기를 두고 있다. 때문에 지난 30여년간의 피해자를 가려 보상여부를 결정해야 하므로 그 범위는 매우 넓고, 심의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전교조가 독보적으로 많다. 9월말 현재 총 2,264명 신청건수 중 전교조 관련 활동이 1,297건(57.3%)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고, 독재정권반대시위 84건(3.7%), 긴급조치위반 82건(3.6%), 유신반대 59건(2.6%) 순이다.

이 중 노동운동에만 관련해서도 적용자가 매우 광범위하다. 우선 △생존권투쟁 및 노조탄압 △국가보안법 적용 조직사건 △의문사·열사 노동자 관련 사안들이 존재한다.
현재 민주노총은 70년대 민주노동운동동지회, 전교조, 추모연대회의와 함께 '민주화운동보상법 노동대책위'를 구성, 지난 8월 전교조 활동 관련 해직자 1,100여명이 한꺼번에 신청서를 접수한데 이어 같은 달 전태일 등 노동열사 20명의 집단 명예회복을 신청했고, 청계피복, 원풍모방, YH, 현대자동차, 한국통신노조 등 노조활동 관련 구속된 적이 있는 200여명도 신청했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과거 노동운동 과정에서 사망 또는 구속됐던 300여명에 대해 3번째로 신청하는 등 마감일이 바짝 다가오면서 더욱 발걸음을 재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아직 규모 파악이 시급하다고 보고, 관련자 백서를 준비하고 있다. 일단 2001년까지 3차례 정도에 걸쳐 보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 관련자 파악에 주력해야 할 입장이라는 것. 일단 구속자만 5,000여명, 해고자는 1만여명으로 추산되며, 전노협 백서에서는 87년부터 95년동안 구속자가 2,500여명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한국노총 역시 80년 신군부에 의해 벌어진 1, 2차 강제정화 작업으로 해직·구속됐던 한국노총 산하 노조간부 191명에 대한 명예회복에 나서고 있다. 현재 한국노총은 각 산별 연맹별로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등 191명 모두가 명예회복이 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는 별도로 사노맹, 서노련, 인민노련 등 국가보안법 적용 노동운동조직사건에 연루돼 피해를 입은 이들이 따로 대책위를 구성해 신청을 준비하고 있으며, 노동관련 열사·의문사 관련, 최근 국회가 개원되면서 의문사진상규명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일간 진상규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 무엇이 문제점인가?

우여곡절 끝에 민주화운동보상법이 마련되긴 했지만, 현재는 오히려 '개정'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등 이 법의 불완전성이 계속 지적되고 있다.

이 법에는 민주화운동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한 자로 분명하게 명시 되어있다. 그러나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범위, 적용시기 및 보상신청기간이 매우 모호하고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받았다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예를 들어 노조활동 관련자의 경우 겉으로 보기엔 사용자측의 탄압이지만 실제로는 노동쟁의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던 법과 제도, 그리고 정권과의 결탁이 탄압의 실체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노동자들이 국가권력에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명예회복 조치 역시 이 법과 시행령 어디에도 명확한 규정이 없다. 사면, 복권, 수배해제, 전과기록 말소, 원상회복 등 구체적인 명예회복 조치가 필요하며, 역시 1회에 한해 노동능력상실과 평균임금에 비례해 지급토록 한 보상체계에 대해서도 국가유공자와 같은 정도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비추어볼 때 당장의 보상보다도 그 정신을 계승하고 기념할 수 있도록 진정한 의미의 명예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민주화운동의 '현재화'를 위해 금전적 보상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보상의 일부를 공적으로 출연해 국민적으로 유의미한 사업을 벌이면서 민주화운동의 정당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 국가적으로 포괄하지 못하는 작업을 민간차원에서 해내야 하며, 정부 위원회를 올바로 견인·견제하기 위한 민간운동기구 및 민주화운동기념사업을 전개해나갈 기구가 필요하다는 논의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장 코 앞에 닥친 '진짜' 문제는 실제적인 보상심의에 들어가면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우려처럼 구체적인 근거를 들이대도록 했지만, 기록 자체가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민주화운동자 정의를 규정하는데 있어 보수·진보진영간 첨예한 논쟁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보상신청을 했더라도 심의과정에서 어느 수준까지 보상 및 명예회복을 받을 수 있을 지 20일 1차 마감 이후 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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