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문 :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2차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정책당국자가 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이미 예고되고 있듯이,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노사갈등이 더욱 증폭되어 구조조정 스스로가 덫에 걸릴 공산이 크다는 사실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1997년 말 외화위기 이래 4대 부문의 구조조정을 추진해 온 정부는 집권 2기에 들어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다짐하고 있다. 이른바 이 '2차 구조조정'을 통해 4대 부문의 개혁을 내년 2월까지, 그것도 가급적 앞당겨 완료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새삼스런 바가 있다. 의지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의 소위 '1차 구조조정'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반성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주지하다시피, 금융 및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이 부실채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고용조정에 치중하는 등 대증적인 해결책에 치중되었고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역시 운영시스템의 전반적 개혁 없이 대규모 매각과 일률적인 지침에 의존한 고용조정에 초점이 맞추어짐으로써 상당한 문제점과 한계를 노정시켜 온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기조는 노동부문의 구조조정이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치중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1차 구조조정의 과정이 노사관계의 악화로 이어진 것은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 그 자체이다. 이와 같은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2차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정책당국자가 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이미 예고되고 있듯이,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노사갈등이 더욱 증폭되어 구조조정 스스로가 덫에 걸릴 공산이 크다는 사실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2차 구조조정에서는, 이제까지 작위적 부작위든 다분히 노동배제적이었던 구조조정의 정책기조를 노동참여적인 방향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말하자면 이는 사회통합적인 구조조정의 방식으로, 앞으로 구조조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고 또 가능한 방식이다.

사회통합적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계에 구조조정 전체에 관한 충분한 정보권과 발언권 및 협의권을 제공하면서 합리적인 구조조정의 원칙과 일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방적인 인원감축 조치는 남아있는 노동력의 사기와 생산성저하, 핵심인력의 유출로 인한 지식자본의 손실, 악성 노사분규를 가져와 구조조정이 의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노동자 또는 노조의 참여 속에 노사협력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인원감축을 위해서는 노사간의 정보공유, 경영측의 성의있는 대화노력, 노동조합의 참여 등을 통해 해고 사전단계에서부터 해고 이후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노사협조를 통한 비효율성 제거와 생산성 제고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정이 각자가 지켜야 할 기본원칙이 있다. 먼저 노동 측으로서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결사반대'의 단순논리보다는 구조조정의 기조를 사회통합적인 것으로 전환시키는 데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구조조정 과정에 참여하는 자세를 견지할 것이 요청된다.

한편, 경영 측은 기업차원에서의 구조조정에 있어 노사가 공감할 수 있는 기본적인 원칙들을 제시하고 이에 기초하여 구조조정이 추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영상의 어려움을 기화로 원칙없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노동측의 회사에 대한 신뢰를 파괴함으로써 노사분규를 야기하여 결국 구조조정의 효과마저 무산시킨다. 회사에 대한 종업원의 신뢰파괴는 극심한 경쟁을 극복할 경쟁력의 확보에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인 바, 노사가 공감할 수 있는 구조조정의 기본원칙을 명확히 하여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와 병행하여, 정부는 고용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적극적 방향으로 노동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고용안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실업 및 고용안정대책,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그리고 기업차원에서의 해고대상자의 재취업을 위한 훈련, 직업알선, 혹은 분사설립을 통한 고용보장을 적극 추진하는 정책노력이 요구된다.

노사협력적 구조조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노사관계가 안정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은 단순히 노사관계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사회통합적 효과를 제고시킴으로써 구조조정이 원래 의도했던 한국경제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향상을 달성하는 정도(正道)이다. 1차 구조조정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구조조정에 있어서는 이 정도(正道)가 곧 왕도(?道)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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