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민주노총 소속의 전국보험모집인노조가 설립된데 이어, 12일에는 한국노총 소속의 전국보험산업노조가 설립돼 관심을 끌고 있다.

양대노총에서 거의 동시에 같은 조직대상을 놓고 노조를 설립한 경우는 드믄 일인데다, 이들 노조의 합법성 여부를 놓고 양대노총과 정부는 물론 보험업계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만큼 보험설계사노조가 안고 있는 잠재적인 파장이 크다는 얘기다.

이들 보험설계사노조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이들 보험설계사노조의 조직대상이 엄청나게 큰 덩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보험설계사는 통계가 일치하지는 않지만 대략 30만에서 45만명 정도가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보험설계사 노조가 합법화 될 경우 전체 노조조직률에도 영향을 줄 정도의 새로운 노조조직대상이 생겨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보험설계사 노조가 주목받는 또하나의 이유는 이들 보험설계사노조가 합법화 될 경우 특수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의 단결권이 보장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수고용형태는 형식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회사와 계약관계지만 내용적으로는 고용관계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들의 근로자성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는 노동자들을 말한다.

보험설계사 뿐만 아니라,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퀵서비스 직종 노동자 등 광범위한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현재 이들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 중에 일부 학습지교사노조와 골프장캐디노조가 합법화 돼 있어 이번에 보험설계사노조가 합법화 될 경우 이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단결권은 폭넓게 인정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의 근로자로 보느냐 하는 것. 현재 노동부는 이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해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에 있고, 회사가 임금을 결정하는 경우에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지위를 갖는다는 행정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근로자 개념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의 근로자 개념에도 적용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현재 노조설립 신고서를 접수한 구청에서는 이들 보험설계사들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험설계사노조가 설립되면서 이들 노조들의 근로조건 확보투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험설계사들의 근로조건은 IMF를 맞으면서 급전직하 했다. 생명보험협회는 보험설계사 수가 97년말 30만6천명에서 99년말 24만1천명으로 격감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런 근로조건 악화에 맞서 전국보험산업노조는 퇴직금, 잔여수당 확보, 점포세 철폐, 보험설계사 처우개선 등의 요구를 내세우고 있다. 노조가 이런 요구를 제시하면서 보험회사에는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보험설계사의 숫자가 많은 만큼 이들 요구조건이 가지는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근로조건 개선 요구는 최근 들어 확대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확보 투쟁과도 잇닿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보험설계사노조가 안고 있는 이런 가능성이 어느 정도 파장을 미칠 것인지는 이번 주에 신고필증이 나오느냐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가 신고필증을 교부할 경우 그 가능성은 빠르게 현실화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상당기간 잠복기를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가 어떤 판단을 하든 보험설계사노조의 합법성 문제는 노정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대노총은 보험설계사노조에 대해 신규조직사업 차원에서 상당히 무게를 싣고 있고, 이들 노조의 합법화를 위해 지원을 해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주 노동부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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