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동관련 법안 처리에 앞서 6일 △퇴직연금제 △공무원노조법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두 법안 모두 노·사·정간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날 공청회에서도 치열한 공방만 오갔을 뿐 접점을 찾지는 못했다.


퇴직연금, 찬성 vs 반대

퇴직연금제에 대한 공청회에는 상지대 김인재 교수(법학), 홍익대 이중기 교수(법학), 세종대 이순재 교수(경영전문대학원), 경총 김정태 상무,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기획실장이 나와 각각의 입장을 밝혔다. 이중기·이순재 교수는 법안 통과에 찬성 입장을 표명한 반면 김정태 상무와 김태현 실장은 각각 다른 이유로 정부 법안에 반대했다. 김인재 교수는 법안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

◇정부안 찬성= 이중기 교수는 “연금자산의 독립적인 보관 장치 등 법안에 명시된 퇴직연금 지배구조는 한국 실정을 감안한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지배구조라고 생각한다”며 “연금제도의 규제감독 측면에서도 훨씬 정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근로자의 퇴직 후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로서 퇴직연금제도는 퇴직금제도에 비해 상대적 우월성을 보이므로 조속히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법안의 퇴직연금제도가 이해당사자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으나 시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는 모두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단 제도를 시행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에 대해서는 차후에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순재 교수 또한 “퇴직연금 도입은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기업복지”라며 “정해진 일정에 따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안 반대= 노동계를 대표해서 나온 김태현 실장은 정부 법안이 △4인 이하 사업장 적용 연기와 1년 미만 단기근속 노동자 적용 제외 △확정기여형 도입의 심각성 △지급보장성 문제 △국민연금 급여 약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실장은 “정부안대로 할 경우 노동자간 양극화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하며 “노조 조직률이 겨우 12%에 불과한 현실에서 압도적 다수의 노동자들은 투자손실의 책임을 개인이 지게 되는 확정기여형을 선택할 위험이 높아 오히려 노후생활 재원이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김 실장은 △4인 이하 사업장과 1년 미만 근속노동자 퇴직금 적용 △확정기여형 도입 반대 △주식투자 비중 제한 △퇴직연금감독위원회 설치 △산업별·기업별 노사동수 기금운용위원회 구성 △지금보증제도 마련 또는 임금채권보장기금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경영계 대표로 나온 경총 김정태 상무는 ‘기업 부담’을 들어 반대를 표명했다. 김 상무는 “현 국민연금과 법정퇴직금을 더할 경우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우리나라의 법정 기업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연계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법안 처리를 늦춰줄 것을 요구했다. 김 상무는 또한 “정부안의 경우 주요 핵심사항을 노사간 합의에 의해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법안 도입은 새로운 노사관계의 불씨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화된 경쟁 환경에서 확정급여형은 기업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공무원노조법, 찬성 vs 반대

공무원노조법 공청회에는 대구대 김재기 교수(법학), 한국노동연구원 문무기 연구위원이 나와 정부 법안에 찬성의견을 냈으며 상지대 박병섭 교수(법학), 한국노총 정길오 정책본부장은 ‘반대’, 이화여대 이철수 교수(법학)는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법안 찬성= 김재기 교수는 “공무원에게도 헌법상 노동기본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찬성하지만 그 범위는 국민정서와 각 국가의 실정에 맞은 수준이어야 한다”며 “공무원노동운동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적 혼란과 국력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공무원노조를 추진함에 있어 단계적,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다만 “장기적으로는 선진국의 입법례를 최대한 수렴해 단체행동권 허용의 단계까지 발전하는 방향으로 지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무기 연구위원도 “ILO와 선진국에서 인정되고 있는 보편적 노동기준에 비춰볼 때 그다지 부족한 입법안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며 “노조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파업권 부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국민 일반의 여론을 그 판단준거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문 연구위원은 또 “어느 나라나 공무원의 근무조건은 법령·예산에 의해 제한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라며 “이것은 의회의 입법·예산통제 권한 및 국민의 조세부담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기 때문에 오히려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법안 반대= 박병섭 교수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현시점에서 노조 가입대상, 조합 활동 및 단체교섭을 부당하게 제한한다거나 단체행동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형태로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박 교수는 단결권과 관련해서도 “공무원의 종류(직종)·직급·직무 등을 기준으로 노조 가입범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공무원노조법안의 규정은 ILO 제85호 협약 제2조(모든 근로자에게 차별 없는 단결권 보장, 즉 노조의 설립 및 가입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며 “ILO는 군인·경찰 및 중요한 정책결정이나 관리를 담당하는 고위직 공무원 또는 고도의 기밀업무를 담당 공무원에 대해서만 단결권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길오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법안 내용과 함께 절차상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정 본부장은 “입법과 관련해서 공무원노조와 공식적인 일체의 대화 없이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결정구조”라며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는 물론 연내 임시국회 처리라는 무리수를 두지 말고 공무원노조와 실질적인 대화를 통해 입법방향의 접점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과거 전교조의 경우와 같이 대량해고, 노조에 대한 억압으로는 노조를 결코 굴복시킬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과거의 구태를 답습하지 말고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법안 양극화 심화 우려”
단병호 의원 제기…한나라당 “천천히 심의하자”
퇴직연금제 관련 공청회에서는 양극화 문제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기업의 부담을 이유로 퇴직금마저 5인 미만 사업장과 비정규직을 배제한다면 양극화가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연금제도에는 사회적 연대 정신이 담겨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정부 법안은 문제가 많지 않냐”고 중립적 입장을 취한 김인재 교수(법학)에게 질의했다. 김인재 교수는 “5인 미만, 비정규직에게 퇴직연금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현실을 감안, 정부 법안에는 이들에 대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도입할 것을 말하고 있는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차라리 2006년, 2007년 시기를 확실히 못 박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단 의원은 이어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로 비정규-정규직을 포괄할 수 있는 산업별, 업종별 연금제도를 도입하면 긍정적일 것 같다”는 의견을 냈고, 이에 대해 김 교수 또한 “현 제도가 장기화되면 사회적 불평등 해소가 어려울 것이라는데 동의한다”며 “하지만 현 퇴직연금제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장기적 과제로 바라봐야 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한나라당은 “너무 조급하게 서두를 게 아니라 부작용을 감안,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심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취했으며 여당은 여기에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부당노동행위 처벌 규정도 없어”
"교원노조 부당노동행위 조항과 배치" 지적
정부 공무원노조법안에 대해서는 일반 노동법과 달리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보호 장치가 너무 미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법안에 보면 정부가 공무원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조항이 없다”며 “공무원은 쟁의권도 박탈됐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보호 장치도 없는 등 너무 불평등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표명한 이철수 이화여대 교수(법학)는 “정부의 행정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상당히 곤란한 측면이 있다”며 “지난해 나온 노사관계 로드맵 논의 때 일반사업장의 부당노동행위 처벌 규정을 굳이 둬야 하느냐는 논란도 있다”고 답변했다.


단병호 의원은 “그럼 전교조의 부당노동행위도 삭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정도 안된 상태에서 피해갈 여지를 만들어 놓고 있어 안타깝다”며 “일반 현장에서 부당노동행위가 비일비재한데 이 교수는 (현장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 노조법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노조법 90조)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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