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무심히 라디오를 틀었다. 스피커에서 근심어린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비정규직이라서 고용도 불안하고 여러가지 차별도 받는 것 같아요.”

그러자 이젠 걱정 말라는 듯 듬직한 목소리의 남성이 대답한다.

“정부가 입법추진 중인 비정규법안이 시행되면 사업자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차별한 뒤 시정하지 않으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그리고 3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들을 함부로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목소리는 갑자기 밝아지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줄어들겠다”며 좋아한다.

무방비 상태에서 듣다가 화들짝 놀라 버린 라디오 광고 방송이다. “노동부가 함께 합니다”라는 마지막 멘트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대국민 홍보 광고라는 것을 확인했다. 순간 여러가지 그림들이 겹쳐진다.
 

정부 비정규입법안의 폐기를 요구하며 지난달 26일 국회 안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을 시작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이다. 라디오 속 ‘듬직한’ 남성의 말만 들으면 당연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없이 좋은 법안인데 이 추운 겨울 50m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있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있다니 참 이상하다. 차별을 하면 사업주에게 1억원까지 물리고 3년 이상 근무하면 해고도 안 되는 ‘획기적’인 법안에 왜 기를 쓰고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이 방송에서는 파견업종을 전 업종으로 확대한다는 말은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총파업까지 해가며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는 법안의 문제점들은 라디오 방송 멘트 어디에도 없다. 노동부가 광고비를 냈으니 정부 법안 홍보를 위주로 구성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러나 확실한 것은 국정 홍보비도 정부 세금이다. 국민들에게는 알권리가 있다. 짧은 광고 속에서 파견법까지 말한다는 것이 시간상 불가능하다면, 라디오 속 여성이 한 마디만 더 물어보면 궁금증은 다소 해소된다. 이렇게 말이다.

여성 : 그럼 3년이 되기 전에 사업주가 해고하면 어쩌죠?
남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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