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붕어빵 장사를 하는데 연료가 필요해서 그만…."

탱크로리에서 영업용 액화석유가스(LPG)를 훔치려다 경찰에 붙잡힌 박모(68)씨와 아들(40)은 1일 자신이 저지른 '도둑질'을 믿어지지 않은 듯 인천 남동경찰서 대기실에서 멍하니 벽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박씨 부자는 탱크로리 운전경력이 각각 45년과 10년이나 된 LPG 15t 트럭 운전기사들.
   
생활 형편이 좋지 않아 박씨 며느리도 인천의 한 대학교 부근에서 최근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고 아들은 자신의 아내가 운영하는 붕어빵 장사에 필요한 연료를 얻기 위해 1주일 전부터 고민했다.
   
궁리 끝에 아들은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지난달 30일 새벽 4시께 출근하는 길에 자신들이 운반하는 탱크로리에서 가스를 훔치자고 아버지에게 제안했다.
   
이들 부자는 바로 2m 길이의 호스와 가스통 1개를 준비한 뒤 실행에 옮겼으나 특수 장비를 이용, 압력차에 의해 탱크로리에서 가스를 빼내는 방법을 알지 못해 전전긍긍해야 했다.
   
이들은 그래도 계속해서 연료를 빼내기 위해 여러차례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다 때마침 단속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박씨는 경찰에서 "며느리가 인천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데 거기에 사용할 가스를 조금 얻으려다 나도 모르게 그만…"이라며 후회했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이러한 제안을 한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불황으로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다"며 "박씨 부자가 며느리를 위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씨 부자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인천=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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