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노조 대표자들의 국회 안 고공농성이 4일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의장 박대규, 전비연)는 “29일 환노위 논의 결과를 지켜보겠지만 정부안이 변함이 없다면 ‘무기한 농성’을 지속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즉 정부 비정규입법안이 계류된 상태를 지속하거나 법안심사소위 상정이 연기되더라도 정부안의 기조가 변하지 않는 한 무기한 농성기조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비연은 28일 밤 긴급 대표자 회의를 갖고 고공 농성에 대한 이후 일정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전비연은 고공 농성을 통해 일정 정도 국회논의 과정에서 정부 비정규입법안에 대한 문제점을 환기하는 것에는 성공했다고 평가되지만, 단순한 법안심사 연기로는 농성 자체를 접을 수는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고공농성을 마냥 진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타워크레인 점거에 따른 민·형사상 손해배상 문제다. 농성자들에 대한 구속이나 수배는 각오하고 올라갔다 하더라도, 이미 건설회사는 공사 차질로 인한 손해배상액으로 하루 6천만원 정도를 청구하고 있어 벌써 수억원의 손해배상액을 물어야 할 처지다. 만약 농성이 지속되고 손해배상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면 이에 대한 면책 여부도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고공농성이 길어짐에 따라 농성자들의 건강도 차츰 우려가 되고 있다. 추운 날씨에 점점 기온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타워크레인에 공급되는 전기를 완전히 차단한 상태기 때문에 난방이 불가능하다. 이남신 서울지역비정규연대회의 의장은 “김경진 위원장이 목감기에 걸려 있지만 다른 3명은 괜찮다”며 “침낭 하나로 추위를 견디고 있어 앞으로가 걱정되지만 아직까지는 다행히 건강이 다들 양호하다”고 전했다.

일단 전비연은 농성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나 국회 결정과 이같은 주변 여건에 따라서 조만간 농성 계획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비연은 30일에는 국회 동문 앞에서 고공농성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전비연의 요구와 향후 투쟁계획을 발표 하고 이 자리에서 고공농성단의 현재상황과 메시지를 전화 연결을 통해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전비연은 농성이 종료될 때까지 매일 오후 2시, 7시에 타워크레인이 보이는 국회 동문 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민주노총 전간부 국회 상경투쟁이 있던 29일 오후 4시에 국회 동문 앞 인도에서 집회를 가졌으며 저녁 7시에 타워크레인 점거농성 지원 문화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4신>“절박한 심정…밖에서도 함께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비정규직 '국회 고공농성' 계속돼…농성자 김기식씨 정규직들에 연대 호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국회 안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이 28시간을 훌쩍 넘겼다. 갈수록 쌀쌀해지는 날씨 탓에 추위와도 싸우고 있는 농성자들은 그러나  27일 오후 3시경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까지는 견딜 만하다”고 말했다.
 
26일 밤, 민주노동당, 민주노총이 나서 경찰쪽과 협의를 한 끝에 타워크레인 위에는 약간의 음식물이 올라갈 수 있었다. 경찰쪽에서 물품을 크레인 중간 정도까지 올려놓고 내려가면, 농성단은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내려가 물품을 가지고 다시 농성장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오후 3시가 넘도록 27일에는 아무런 물품이 제공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농성단 측은 “어차피 단식농성을 각오하고 올라왔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50M 상공에서 완전히 고립된 채 좁은 타워크레인 케빈(조종실) 안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맞서 싸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맘 졸이는 것보다는 춥고 배고프더라도 이렇게 우리들의 의지를 알려내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맘이 편하다.” 타워크레인 고공농성단 중 1명인 김기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4명의 농성자 중 김경진, 이수종, 김주익 세 사람은 해당 노조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등 이미 노조 활동을 하면서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조합원 김기식씨는 노조 간부도 아닌, 자동차 공장 의장부에서 일하고 있던 ‘평조합원’이다. 게다가 사내하청지회가 설립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6월 해고를 당한 후에는 한동안 노조를 떠나 다른 생계수단을 찾아 일하기도 했다. 그해 8월 결혼을 앞두고 해고가 됐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어렵게 사내하청지회를 설립하고 싸우는 동료들을 뒤로 하고 이일저일을 찾아 다녔어요. 음식점에서 배달도 해보고, 트럭운전도 하고, 현대자동차 외주 협력업체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다른 일을 해봐도 열악한 비정규직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사는 것은 현실에 순응하는 것 밖에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죠."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생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김기식씨는 몇달 전 다시 노조활동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제가 해고된 것도 현대자동차가 개입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현대차가 저의 공장 출입을 막겠다는 입장을 제가 소속돼 있던 하청업체에 통보했기 때문에 해고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사실상 현대차가 하청노조 조합원을 상대로 인사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이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김기식씨는 자신처럼 평범한 하청노동자가 국회 안 타워크레인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는 절박한 현실을 모든 노동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가 우리가 있는 여의도에서 어제(26일) 열렸습니다. 이번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은 비정규직을 더 확산해서 정규직까지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노조가 있는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으로 일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는 아직도 이 사안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우리들은 암울합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올라왔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들도 정규직도 하지 않는 주말 특근 거부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굳은 결심을 하고 이 농성을 감행했습니다. 이런 심정을 이해해서, 밖에서도 정부 비정규법안이 철회될 수 있도록 모든 노동자들이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굳은 신념으로 농성을 결심했다고 해도, 아직 신혼에 젖어 있을 그가 가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내가 걱정을 하고 반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설득 중이지만 이해해 줄 겁니다. 농성 중에도 걱정하지 않게 계속 연락을 해야죠.”
 
농성단은 외부와 완전히 고립되는 것을 막기 위해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태양열 충전기를 가지고 올라갔다고 한다. 그런데 26일부터 현재까지 하늘이 너무 흐려서 충전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이다.
 
어서 흐린 하늘이 걷히고 따사로운 햇볕이 타워크레인 안을 비췄으면 좋겠다. 휴대폰도, 배터리도 충분히 충전돼서 그가 아내에게 못 다하고 온 말을 마음껏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3신>“비정규법안 철회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
'국회 고공농성' 중인 이수종 타워크레인노조 위원장 인터뷰
 
서울 하늘에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눈으로 바뀌면서 올 겨울 첫 눈이 됐다. 잠깐 내리던 첫 눈에 모든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바로 그 순간, 비정규직 노동자 4명도 하늘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고 있었다.

26일 12시경, 첫눈을 향한 설레임이 아니라 비장하기까지 한 고공농성을 위해 타워크레인을 올라탄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들은 정부 비정규입법안이 철회될 때까지 무기한 고공농성을 하겠다는 각오다. 경찰이 음식물 반입을 허락하지 않으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할 것까지 결의했기 때문에 작은 생수병 하나씩밖에 들고 올라가지 않았다.

지난 9월에도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는 1주일간 열린우리당 기습 점거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그로 인해 이번 기습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은 매우 극비리에 이뤄졌는데, 이번 농성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전문 타워크레인 기사인 전국타워크레인노조 이수종 위원장이 함께 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5월 타워노조는 임단협 때 100여개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바 있었다.

26일 오후 6시경, 고공농성중인 이수종 위원장과 전화로 인터뷰를 가졌다.

- 그 곳 상황은 어떤가.
“갑작스럽게 기온이 내려간 데다 고공이어서 매우 춥다. 저녁이 되면서 추위가 더하고 있다.”

▲ 타워크레인노조는 노동자 권리확보에 노력한 공을 인정받아 '전태일 노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사진은 이수종 위원장이 지난 13일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에서 노동상을 수여받고 있는 장면. 
ⓒ 매일노동뉴스
- 왜 고공농성을 하게 됐나.

“정부 비정규입법안은 비정규직의 사용을 자유롭게 하고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 800만 비정규직의 운명이 걸려 있는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의 선봉에 서고자 이번 고공농성을 결의하게 됐다. 29일 정부안이 상정될 예정이라고도 하고,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의 요구는 정부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어떻게 '잠입'이 가능했나.
“법안이 이미 국회로 넘어갔기 때문에 전비연 차원에서는 국회를 타격할 수 있는 선도투쟁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쉽게 끌려나올 수 없는 국회 안 농성장소를 고심하던 끝에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으로 결정했다. 최종 결정은 어제(25일) 했고 오늘은 아침 일찍 국회 도서관 모였다가 점심때 공사장에 들어왔다. 비가 왔기 때문에 공사가 멈춰 있어서 오히려 쉬웠다.”

- 위험해 보인다.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온 것이다. 그렇지만, 50m이상의 고공이어서 위험해 보이지만 하루 종일 여기서 일하는 타워크레인 기사가 있기 때문에 진압 등 자극적인 행동만 하지 않으면 안전은 별 문제 없다.”

- 정말 무기한 농성인가.
“정부안 철회 때까지 ‘무기한’이다. 음식물 반입이 안 되면 ‘무기한 단식농성’으로 갈 것을 결의하고 올라왔기 때문에 생수와 소금만 갖고 올라왔다.”

- 국회나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타워기사만 해도 IMF 이후 약 80%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이후 타워기사는 밀폐된 공간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씩 중노동을 하고도 오히려 줄어든 급여를 받아야 했다. 우리 같은 비정규직이 확산되고 고용불안을 부추기는 정부 개악안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2신> 민주노동당 의원단, 비정규직 국회 농성장 방문
‘극단적 행동’ 자제 당부…“민주노동당이 여러분 뜻 전달하겠다”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들의 국회 안 타워크레인 고공농성 소식을 들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급히 공사현장 내 농성 장소를 찾아 대표자들에게 “민주노동당이 여러분들의 뜻을 전달하겠다"며 "극단적인 생각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국회경비를 담당하는 경찰쪽에는 “되도록 농성자들을 안정시켜서 무사히 내려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 "여러분의 뜻을 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 매일노동뉴스

단병호, 최순영, 이영순, 조승수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단 4명은 농성 시작 3시간 후인 오후 3시50분께 농성장을 찾아 타워크레인 위에 올라가 있는 농성자들과 1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단병호 의원은 “위에서 얼마나 춥냐, 건강은 어떠냐”며 안부를 물은 뒤 “비정규직 여러분들이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한다"며 "어렵고 힘들더라도 신중하게 행동해 달라”고 당부했다.
 
단 의원은 “여러분들의 뜻이 올바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민주노동당 의원들도 농성단의 뜻을 잘 알릴 수 있도록 국회 안에서 역할을 다 할 것이고 다른 정당들과도 충분히 의논해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농성자들이 민주노동당 의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또 조승수 의원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민주노동당 의원들에게 전할 말이 있으면 해달라”고 요청하자 농성자 중 1명은 “비정규직으로 사느니 여기서 죽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의원단은 국회 경비대장과 면담을 갖고 되도록 농성자들을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해 줄 것과 음식물 반입 등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단병호 의원은 “농성자들이 극단적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음식물과 보온용품들을 충분히 보급해야 한다"며 “일단 안정을 취하게 한 후 문제해결 방안을 강구하자”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의정지원단은 경찰과 협의를 마치는 대로 농성자들에게 방한복과 모포, 음식물 등을 보급할 예정이다.

 
<1신>비정규노조 대표 ‘국회 기습 점거농성’
정부 비정규입법안 폐기 주장하며 국회 안 타워크레인서 ‘무기한’ 농성 돌입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비정규노조 대표자들이 24일 오후 12시 10분경 정부 비정규직입법안 폐기와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을 주장하며 국회 안 공사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12시께부터 국회 도서관 옆 공사현장에 들어가 현장에 설치돼 있던 타워크레인에 오르기 시작했으며, 건설회사측 관계자들이 이를 뒤늦게 알고 저지하려 했지만 이미 50M 높이 정도의 타워에 4명 모두 올라간 뒤였다.
 

 ⓒ 매일노동뉴스 박여선 기자

이들은 곧 타워크레인 윙 부위에 “현대판 노예제도 파견법을 철폐하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허가제를 쟁취하자” “기간제 사용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여 비정규확산 막아내자” “비정규직 정규직화 쟁취하자” 등의 플래카드를 걸고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에 돌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전비연, 의장 박대규) 소속 비정규노조 간부들로 전국타워크레인노조 이수종 위원장, 서울지역사무노조 김경진 위원장,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조 김주익 사무국장,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조합원 김기식씨 등 4명이다.
 
현장에 도착한 박대규 전비연 의장은 “지난 24일 비정규 노조들은 간부파업을 결의하면서 만약 정부가 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강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현대판 노예제도’인 비정규악법을 추진한다면 앞으로도 더 강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미콘 기사들로 조직된 전국건설운송노조도 수도권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차량시위를 벌이려 했으나 경찰의 원천 봉쇄로 무산됐다.
 
또한, 국회 밖에서 농성 지지 집회를 열고 있던 이용식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이남신 서울본부 부본부장, 구권서 시설노조 위원장 등 16명도 경찰에 연행된 상태다.
 
 ⓒ 매일노동뉴스 박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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