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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탄과 분노'로 가득찬 일본 최고재판소 제2법정
"이러고도 일본이 인권국가인가!" "우리 아버지 살려내!"

29일 일본 최고재판소 제2법정은 '통탄과 분노'의 현장이었다. 일제가 일으킨 침략 전쟁에 군인과 군속,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던 한국인 피해자 35명이 1991년 12월 일본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개인보상 소송이 허탈하게 막을 내린 것이다.

소송 제기 이래 무려 13년여를 끌며 총 42차례의 심리가 거듭됐던 이번 재판은 이날 10초도 안되는 재판장의 선고 낭독을 마지막으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원고의 청구 기각, 소송비용은 원고부담."

이같은 짤막한 선고 후 3명의 재판관은 선고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도망치듯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동시에 원고단의 일원인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장과 원고대표인 김종대 전 회장 등 방청석에 앉아있던 한국인 원고 10여명이 치밀어오르는 울분을 이기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재판정으로 뛰어들었다.

"비인도적 판단에 불복한다!" " "무효, 무효!" "우리가 짐승이냐!"

이성을 잃은 양 회장 등은 실신하듯 재판정에 쓰러진 채 숨넘어가는 절규를 거듭하며 울분과 분노를 토해냈다.

유족회의 손일석 부회장과 김종대 전 회장 등은 '일본은 반인도적 집단'이라고 쓰인 대형 플래카드를 꺼내 흔들었고, 양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쓰러진 채 뒹굴다가 여러차례 까무러치기를 거듭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일본인들도 "눈물이 난다"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였으며, 유족들의 행동을 저지하며 몸싸움을 벌이던 법원 경비원들도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원고측 변호인단 대표인 다카기 겐이치(高木健一) 변호사는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으나 일본의 정의를 회복하기 위해 그간 해왔던 우리들의 노력과 희망이 수포가 돼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재판정에서 15분여에 걸친 절규로 기진맥진해진 원고들은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최고재판소를 빠져나오며 '아리랑'을 불렀다. 이어 기자회견을 갖고 '미반환 유해' 유족들의 정신적 피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1991년 12월 첫 제기된 이번 소송은 위안부 피해여성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한국과 일본 정부의 외면 속에 오랜 침묵을 깨고 일본 정부를 단죄하고자 일어섰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가졌다.

특히 이 소송을 계기로 60여건에 달하는 아시아 피해 각국의 전후보상 소송이 봇물터지듯 제기됐다.

그러나 42차례의 심리가 거듭됐던 이번 공판은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안겨주고 말았다.

일본 정부와 의회는 물론 한국 정부도 외면한 전후 처리와 역사 정의의 회복을 일본 법원에 기대한 것 자체가 애초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고 소송에 임했던 관계자들은 토로했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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