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수능추위’도 없었지만, ‘민주노총 추위’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있었던 지난 13~14일도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전야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추위에 떨었는데요, 총파업 집회가 열린 26일로 갑자기 눈보라가 내리는 등 상당히 추운 날씨였습니다.
특히 비정규법안에 항의해 삭발한 22명 중 한 명인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모자도 안쓰고 맨머리로 행진하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춥더군요.
- 이날 행사에서 이수호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국회가 열리고 있음에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파업을 하고 민주노총 집회에 참여해 감사하다”는 의미있는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수호 위원장은 또 파업에 들어간 사업장을 일일이 호명하며 어려운 조건에서도 총파업에 동참한 노조들을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노란조끼를 착용한 경찰들이 집회장소로 들어와 민주노총의 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집회 사회자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은 우리가 보호할 수 있으니 경찰들은 당장 대열 밖으로 나가라”고 경고한 것이죠. 그동안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을 무시한 것은 경찰이었는데, 경찰이 보호하겠다고 나서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네요.

- 국회 앞에서 열린 수도권 총파업 집회는 앞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국회내 타워크레인 점거농성에 돌입해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죠. 집회 도중에 고공농성자들과 전화연결을 시도하려 했으나 결국 연결이 안돼 아쉬운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고공농성자들이 원치 않는 전화가 여기저기서 워낙 많이 걸려오다 보니 전화를 아예 꺼놓고 있었다고 하네요.

이런 성격의 집회에서 노래를 할 수 없다?

- 그리고 지난 25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사무금융연맹 주최로 보험종사인 3만여명이 모여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저지를 위한 총궐기대회도 열렸는데요. 이날 대회는 '보험인 본연의 정신인 사랑나누기' 차원의 행사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사회자 진행에 따라 참가자 3만여명은 대회 중간중간마다 ARS 모금운동도 벌이고 시청 앞에 대기하고 있는 헌혈차에서 헌혈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대회에서는 인기가수 강산애와 윤도현 공연도 예정돼 있었는데 무산돼 보험인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습니다. 윤씨 등이 대회 장소에 도착해 갑자기 "이러한 성격의 집회에서는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밝히며 공연을 거부했기 때문인데요, 어쨌거나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노래부르는 것은 자유이지만, 씁쓸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시위 좀 그만하라고 시위 좀 해"

- 이런저런 시위 때문에 바쁜 사람들은 노동자만이 아니죠. 비정규법안 철회를 요구하며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함께 레미콘노조(건설운송노조)의 차량시위가 알려지면서 경찰들 또한 무척이나 분주했습니다. 한 경찰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수도권 전역 레미콘 사업소가 있는 경찰서의 경우 총파업 하루 전날인 25일 오후 6시부터 각 사업소의 레미콘 차량을 추적해 사업장 밖에 있는 차량이 서울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사전에 원천봉쇄를 했다는 군요.
혹시나 차량을 찾지 못한 사복형사들의 경우는 레미콘노조 조합원에게 밤새 전화를 걸어 차량의 위치를 물어보는가 하면 집 앞에서 밤새 잠복근무를 펼치는 ‘열의’도 보였다죠. 뿐만 아니라 오전 10시 조합원들이 사업장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갖고 차량을 사업장 밖으로 빼내려 하자 사업장 밖에 배치돼 있던 경찰들과 크고 작은 충돌을 빚었습니다.
이날 경찰들은 조합원들이 차량을 사업장 안에 두고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 장소인 여의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안도를 했다는 군요.
한 경찰의 말 "시위 좀 그만하라고 시위 좀 해… 내가 무슨 잘못 있다고…." 아, 고통받는 민중과 민중의 지팡이의 고통이 사라지는 날은 언제쯤이나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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