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저녁 3부 요인과 여야 4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하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및 남미순방 외교성과를 설명하고 정국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다음은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과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  등이 브리핑한 내용을 대화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 반갑다. 순방성과는 보도를 통해 알 것이다. 부풀릴 것도 없고 줄일 것도 없다. 지금 국내외 어려운 게 많은데 정치가 원만히 풀리지  않을까봐 국민의 걱정이 많다. 우리가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모습이 국민이 바라는 바다.
 
▲김원기 국회의장 =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의 안정적 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해 매우 성공적이었다. 북핵 6자회담이 실질적 내용이 부진한  속에서 한미 두 정상간에 북핵문제 해결의 확실한 실마리를 찾겠다는 강력한 의지표명이 있었던 것은 의미가 있다. 외교안보 문제에 정파간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 = 남미순방 결과를 보고드린다. 주로 남미 3개국과의 경제통상관계 강화, 자원.에너지 협력 강화, 브릭스(BRICs) 외교 완결, 전략자원의 안정적 확보,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의 전기 마련 등의 의미가 있다.
   
▲노 대통령 = 한마디 덧붙이겠다. 정상외교를 하면서 보니까 우리 기업들이 너무 잘 한다. 한국 위상을 높이고 정상외교의 성과를 내는데 뒷받침이 된다. 거듭 국민에게 전하고 싶다. 우리 국민이 어디 가든 잘 하고 역량있다. 국민에게 자신을 갖자고 얘기하고 싶다. 어느 나라 국민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우리  국민이 최고라고 언제나 말하고 자부심을 갖자고 얘기하고 싶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 (순방외교) 고생하셨다. 경제난이 심각하다.  정치권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경제가 심각하다. 대통령이 여기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적극 관심을 가져달라. 이게 해결돼야 국민이 편안하다. 무엇보다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투자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살아나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의 경제관과 경제에 대한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인데 여당이 일방적으로 공정거래법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이다. 또 무리한 경기부양을 하면 2-3년후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을 잘알고 있는데도 연기금을 동원해 뉴딜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에 국민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경기활성화에 장애가 안되는 경제 대책이 시급하다. 시장에서 이윤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떤 곳, 어떤 상황에서도 뛰어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대통령이 시장경제에 대해 확고한 신뢰를 표시하면 투자는 반드시 살아난다고  확신한다. 경제 살리기를 일관되게 밀고 나가달라.
   
공정거래법이 기업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연기금은 국민의  노후를 위해 최후로 보관해 놓은 돈이다. 강제로 징수되는 돈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안전한 독립성, 누구나 인정하는 투명성, 전문가에 의해 운영되는 전문성의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4대입법도 무리하게 추진되지 않도록 대통령이 잘 해결을 해주기를 부탁드린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시중에 여러 말들이 많은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말해달라.
   
▲노 대통령 = 4대법안은 국회에서 정당간 협의를 해서 처리하는게 좋겠다.  영수회담 시대는 지나갔다. 대통령이 당을 지휘, 명령, 감독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명실공히 국회의 권한이 커진 만큼 국회에서 각 당간에 원만한 협의를 해서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아무런 준비나 진행되는 것이 없다. 현재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데 적절한 여건에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상대방의 의중과  가능성을 타진하는 단계에서는 소문을 내면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공개, 비공개가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의중 타진이나 가능성 타진 움직임도 전혀 없지만 앞으로 그런 물밑교섭이나 의중을 타진하는 단계에선 양해를 해달라. 가능성이 타진돼 성사되고 추진되면 국민들에게 공개해 투명하게 추진하겠다.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 =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에 합의한 것은 국내외의 여러 오해를 불식시키고 북한을 6자회담에 나오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성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한다. 연기금 문제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믿어주면 좋겠다.
   
▲김학원 자민련 대표 = 민생.경제 살리기가 첫번째다. 두번째로 6자회담을  통해 한미공조를 튼튼히 해 6자회담을 꼭 성공시키기를 당부드린다. 4대입법은 정부가 신중히 대처해 줬으면 좋겠다. 여야간 원만한 협의도 중요하나 정부 의지도  중요하다. 합의처리될 수 있도록 뒷받침이 돼달라.
   
행정수도 이전은 서울의 과밀 해소와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대통령이 공약한 것이다. 꼭 지켜달라.
   
▲한화갑 민주당 대표 =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것은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한다. 6자회담과 관련해 (이게 성공한다면) 근세사에서 우리가 참여해  우리 문제를 해결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정전협정, 얄타회담 등 우리 근대 이후 현대사에서 한반도 운명을 좌우했던 여러 다자회담이 우리가 제외된 상태에서 이뤄졌다.한반도 문제에서 처음 우리가 주인으로 발언권을 확립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것은 노 대통령의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지금은 옛날 식으로 대통령이 통제하는 시대는 지났다. 당 총재로서의 대통령은 과거의 사고방식이다. 정치문제는 국회에서 각 정당이 합의해 처리하고 대통령은 초연하게 국정에 전념했으면 한다. 이제 취임 2년을 맞는데 그간 여러 문제들이  있었다. 쌓인 문제를 털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으면 한다.
   
▲최종영 대법원장 = 대법원장으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말하겠다. 여야가 타협해 좋은 법안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 사법개혁위원회는 연말 큰틀의  사법개혁안을 만들어 정부로 이관한다.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잘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
   
▲김 국회의장 = 4대 입법와 관련, 여야간 의견차가 현격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합의를 이뤄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면 국민들이 국회가  한층 성숙했다고 평가할 것으로 본다. 여야 상황을 점검해본 결과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정 해결되지 않는다면 시간을 갖고 더 성의있게 노력을  해나가면 정국이 곤경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노 대통령 = 민생경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한다. 국회에서 민생경제와 관련된 장.단기 관련 법안들을 만들어 통과시켜 달라. 정책적으로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의견이 달라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뭔가 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내 임기만 버티는 정책은 하지 않겠다. 다음 정권이 어느 쪽이 되든 정권을  인수한 후에 경기대책에 매달리는 그런 정부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
   
연기금은 가장 강력한 국민자본인데 이 손발을 묶어 놓고 외국자본이 우리 증권시장을 장악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자본이 시장을 통해서 다시  국민들에게 환류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달라.
   
▲박 대표 = 연기금 문제는 안전하게 전문적으로 관리하는게 중요하다.  출자총액제한 등 규제를 좀 푸는게 필요하다. 대통령이 이런 규제를 풀어서 기업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주면 투자가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 총리 = 내년부터 국민연금이 매년 25조원씩 조성되는데  지금처럼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가면 국채 전체를 매입해도 7조원을 쓰게 되고, 나머지 18조원은 활용할데가 없게 된다. 그러면 은행에 맡겨야 하는데 은행 금리가 예전처럼 높지 않기 때문에 물가상승과 상쇄돼 실제로는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에서 지급보증을 해서 안전한 수준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이해가 잘안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토론하면 이해하고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노 대통령 = 기금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법 보다는 안전하게 잘 쓰도록 감시.감독하는 방법을 찾는게 현명한 방법 아니냐.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 = 해외순방을 통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자신감을 가진 것 같아 든든하다. 부시 대통령 집권 2기를 맞아 원만하게  (한.미간)  대화가 이뤄져 다행스럽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뭐냐. 정치 영수의 시대가 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는 얘기지만,  우리  정치현실로 볼 때 대통령이 여전히 실질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대통령이 정치력을 보여 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
   
▲노 대통령 = 대화 또는 상생의 정치와 관련해서 `지금까지는  저를  포함해서 정치인 모두가 상생의 정치를 부도내지 않았는가' 이런 자기 반성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에게 책임질 수 없는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잘 안된 것을 그대로 반복해서 또 잘하자고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자세를 바꾸고 방법을 바꿔서 새롭게 시도하는게 필요하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주도적 역할'이라는 표현은 우리가 다른 데를 제치고 우리가 앞장서서 문제를 다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6자회담 틀내에서 한.미.일 공조를 중심으로 우리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겠다는 의미다. 작년 이후  무력행사가 얘기되던 상황부터 평화적 해결, 대화에 의한 해결 그리고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주도적 역할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6자회담 내지 북핵 문제와 관련, 조급하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인내심을 갖고 원칙과 정도에 따라서 대처해 나갈 생각이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 = 미국이 집권 2기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진용이  짜여질 때까지 새로운 정책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노 대통령 = 한 대표의 말에 공감한다. 주도적 역할이라고 해서 지금  조급하게 뭘 추진해 나가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경제문제와 관련해 지금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 서민, 비정규직 등 이런 부문이다. 우리 경제의 양극화 문제가 여야간 해결해야 할 경제문제의 본질 아니냐.  지금은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회가 정치의 중심에 서서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서 여러 현안들을 국회에서 녹여내는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일이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 정치인이 국민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은 국회를 정상적으로 가동시키는 것 아니겠냐. 여당, 다수당으로서 양보하며  존중해 가면서 하겠다. 여기에 상응하는 존중을 또 받고 싶다. 4대 개혁법안도 야당  의견, 국민여론을 존중하면서 가겠다.
   
▲노 대통령(마무리 발언) = 정치와 협상의 주역, 주도적 역할을 어디서 할  것인가. 대통령이 역할을 회피하려는게 아니라, 국회와 정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  우리 정치의 근본적인 틀에 대한 인식이 그렇다. 같이 고민해 보자. 아무 때나 중요한 주제가 있으면 자주 만나서 이렇게 얘기하자.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김범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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