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국가간의 약속을 15년간이나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국제조직의 압력에 굴복해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등 약속을 이행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난 22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TUAC(노조자문위원회)총회에 참석하고 지난 24일 귀국한 김지예 민주노총 부위원장<사진>은 25일 기자와 만나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전하며 우리 정부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파업 등 집단행동에 참가한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에 대해 대량징계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노동현실과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노동법 등은 이번 OECD TUAC(노조자문위원회) 총회와 ELSAC(고용노동사회문제위원회. 노사정 3자기구)에서 주요한 안건으로 다뤄졌다. 보통 사업계획이나 고용문제 등 일반적 주제를 다루는 총회에서 한 나라의 노동문제를 안건으로 다룬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특히 OECD가 내년 1월 한국을 방문해 노동상황을 조사하고 4월 특별감시국 제외여부를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번 총회 의미는 상당히 크다. 노동상황과 관련해 특별감시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특별감시국 제외여부를 결정하는 데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기구인 ELSAC이 내년에 할 결정을 앞두고 미리 한국 문제를 논의한 데 대해 한국정부 대표로 참석한 노동부 관계자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 특별결의문이 채택되기도 했는데 이번 총회의 의미와 성과는 무엇인가.
“일부에서 OECD-TUAC을 신자유주의 단체로 잘못 보는 인식도 있지만 35개국의 총연맹이 연합한 독립기구다. 우리나라는 95년 OECD에 가입할 때 유례없이 국제노동기준에 따라 노동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한 서약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유럽노총들은 이를 신뢰하지 않았고 OECD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특별감시국으로 지정하게 됐다.
그런 국제적 압력이 민주노총, 전교조를 합법화하고 제3자개입금지 조항을 폐지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금도 공무원, 교수의 노동기본권이 확보되지 않고 있으며, 노조지도부가 체포·구금되고, 실업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지 않는 등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수많은 노동악법이 존재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의 노동탄압 상황에 대해 가맹국 노조대표들이 공유하고 국제적 연대를 확인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올림픽과 월드컵 유치로 국가이미지를 제고했지만 노동탄압 실상과 관련해서는 국가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ELSAC 회의에서 다른나라 노총 관계자는 '이 정도로 노동탄압을 하는 국가는 콜롬비아와 대한민국'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콜롬비아는 군사독재국가로 노조간부가 살해되기도 하는 나라다. 콜롬비아와 비교된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것이 국제사회의 평가다.”

- 민주노총이 국제단체에 한국상황을 폭로해 국제적 망신을 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이유는 민주노총이 폭로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국제단체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91년 ILO(국제노동기구)와도 국제기준에 맞도록 노동법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번 총회에서 노동자는 하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했으며, 한국 정부의 노동탄압에 같이 나서는 외국 노동단체 활동가들이 남이 아니라 우리의 동지라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 앞으로의 계획은.
“국제연대의 기본은 내부 투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진보적 사회와 노동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맞서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총회에서 우리나라를 특별감시국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니, 외교적 압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OECD-TUAC은 이번 총회에서 특별결의문을 통해 한국에 대한 특별감시절차의 지속 및 강화를 OECD에 요구할 것을 결의하고, 한국 정부에 △공무원노조와의 협의 및 대화를 위한 일정계획을 수립할 것 △노조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 즉각 철회 △구속자 즉각 석방 △징계절차 중단 △해고되거나 직위해제된 조합원들 원직복직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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