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법, 기간제법 개악안 밀어붙이려면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부터 밟고 가라.”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정규직 관련 법안들에 대해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절망과 분노를 쏟아냈다. “이제 '보호'라는 말만 들어도 넌더리가 난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들은 24일 역사상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조 ‘간부파업’을 전개했으며 노조대표자 22명은 삭발을 통해 ‘저항’ 의사를 표시했다.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전비연·의장 박대규)은 이날 노조 간부 1500명이 참여하는 ‘간부파업’을 전개했다. 오후 2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파업에 돌입한 간부 800여명이 모여 ‘비정규직 노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오는 26일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함께 역사상 최초의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돌입을 결의하며 전 간부 구속결단식을 갖고 해고·구속도 불사한다는 결의를 다졌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는 박대규 전비연 의장과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조 대표자 등 19명이 집단삭발을 하고 비정규직 관련 법안 철회를 위해 구속을 각오한 선도적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이날 신승철 부위원장은 “어려움이 많은 비정규직 투쟁이었지만 앞으로 우리가 전개해야 할 싸움은 지금보다 훨씬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며 “정권과 자본이 만들어 낸 차별을 철폐해 나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극복하면서 강고한 싸움을 전개해 나가자”고 말했다.

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현장에서 차별받으며 어려운 상황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슬픔, 분노와 함께 그들의 결의가 얼마나 굳건한지 느낄 수 있었다”며 “그 마음을 가지고 함께 연대해 싸워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근조 비정규직 확산법’이라는 플래카드와 함께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정규직 법안을 상징하는 모형을 불태우며 전 간부 구속결단식을 가졌다.

이들은 구속결의문을 통해 “어차피 더 잃을 것도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고 자신들의 심정을 털어놓은 뒤, “우리 모두를 감옥에 가두지 않고서는 결코 비정규직 법안을 밀어붙이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의 구속 결단은 용맹을 자랑하는 것이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거대한 분출을 확신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번 파업에 참여한 전비연 소속 20여개 비정규직 노조들은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부총파업을 선언했다.
 

이들은 “‘대화와 타협’을 빌미로 법 개악안을 강요하면서 노동자의 희생만을 요구해 온 정부의 행태를 봐왔던 만큼 단순한 처리연기 방침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정규직 노조들은 개악안이 완전 철회되고 비정규직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입법안이 관철될 때까지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고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비정규직 법안 즉각 철회 △파견법 철회 및 불법파견 노동자의 즉각 정규직화 △비정규직 사용 제한 및 상시고용 비정규직 정규직화 △특수고용자 노동자성 인정 △원청업체의 사용자성 인정 △비정규직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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