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로 꼭 필요한 책이 아니면 만들지 말아야지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내는 것도 죄가 될 것 같다.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책 가운데 꼭 필요한 책이몇 권이나 될까.
그런데 참 고마운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 있다. 월간 ‘작은책’이다.나온 지 다섯 해나 되었지만 출판일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 싶다.
이름처럼 얇고 아담한 월간지인데 내용은 대부분 노동자들이 쓴 생활글로 이루어져 있다. 못 배우고 없이 사는 사람들이 자기 사는 이야기를 격식없이 쓴 글들이다.
그러다보니 글의 짜임새도 엉성하고, 때로는 거친 표현도 눈에 띈다. 매끄럽게 다듬어 쓴 글에 익숙한 사람들은 처음얼마 동안은 이 책에 실린 글을 읽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참을성을 갖고 꾸준히 읽다보면 참 좋다 싶은 글이 하나 둘씩 늘어난다.
참 좋다 싶은 마음이 드는 까닭은 여러 가지다. 우선 글 내용에서 거짓이 없다.
버스 운전하는 아저씨는 시내버스를 운전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말하듯이 줄줄 늘어 놓는다. 글이니까 점잖아야 한다는 생각이 어디에도 안보인다. 내가 늘 만나는 버스 운전사 그대로다. 강원도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 할머니가 쓴 글도 마찬가지다. 일어나서 밭 매고, 아침 먹고 나물 하고, 점심 먹고 빨래 하고, 저녁 먹고 광주리 엮고…. 그저 사는 이야기를 꾸밈말 하나 없이 글로 풀었다. 우리들의 할머니 그대로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글이 깔끔하게 포장되어 슈퍼마켓 진열대 위에 놓인 채소 같다면, ‘작은책’에 실린 글은 밭에서 금방 뽑은 싱싱한 채소 같다고나 할까.
이 책을 다섯 해 동안 한 달도 거르지 않고 펴낸 사람이 강순옥 발행인이다. 강순옥 발행인은 이웃집 아줌마 같다. 옷차림도 허술하고 누구에게나 허물없이 말을 건다. 쉽게 꺼내기 어려운 사생활 이야기도 시원시원하게 한다. 상대방을 재지 않고 꾸미지 않은 말들이 꼭 ‘작은책’에 실린 글 같다. 누구든지 아무 이야기나 해도 될 것 같은 편안함을 주는 것이다. 사람이나 글이나 이렇게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부디 이 책이 절판되지 않도록 내용으로나 영업으로나 성공하기를 바란다. 힘내라, 작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