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은 최근 새마을호의 계약직 여승무원 31명에 대해 오는 12월31일자로 기간만료를 이유로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 이들은 2002년 채용돼 1년 단위로 계약을 반복해 모두 2년 이상 근무해왔다.

그런데 철도청은 31명의 계약직에게 해고통보를 하는 동시에 오는 12월부터 다시 36명의 계약직을 새로 투입할 계획이다. 결국 새마을호 여승무원은 계속 비정규직으로 운영하되, 근속기간이 2년이 넘는 사람들만 해고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분 ‘칼바람’

1년 내내 휴일도 없이 1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고 묵묵히 일해 온 여승무원들은, 해고통보를 받은 채 12월부터 신규투입 될 계약직승무원들의 수습훈련까지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2002년부터 철도청 노사는 신규인력충원 규모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철도청은 필요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아웃소싱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노조는 이에 반발했다. 철도청이 노조와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계약직을 집단 해고하는 것은 재계약횟수가 늘어나고 근속년수가 긴 계약직노동자들을 ‘사전 정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여성 비정규직도 마찬가지다. 제일은행은 올해 들어 3년에서 9년까지 근속한 계약직 텔러(창구여직원)들을 차례차례 해고하고 있다. 제일은행에는 876명의 계약직 텔러들이 6개월 단위로 재계약을 반복하며 일하고 있었다. 재계약과정에서 인사평정 제도를 제외한 특별한 심사절차는 없었고 본인이 원하는 한 계속 근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나이가 많고 근속년수가 긴 계약직들이 집중 정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해고된 자리에서는 신규채용된 계약직들이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전체 1,568명 직원 가운데 정규직이 537명, 비정규직이 1,031명으로 비정규직이 전체 인원의 65%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비정규직 중에는 5년차가 195명, 6년차가 411명에 달할 정도로 장기근속자가 많다. 이들에 대해 공사는 상대평가제도를 통해 하위 30%는 무조건 계약해지하도록 왔다. 올해에만 100여 명의 장기계약직이 계약해지될 위험에 처해 있는데, 공사쪽에서는 필요인력을 6개월 단위의 단기계약직 200명으로 대체 투입할 예정이다.

"비정규직 확산법, 우리를 밟고 가라"

노동부는 지난 9월 현대자동차가 불법파견을 사용해 왔다고 판정하고 불법파견에 대한 개선계획 제출을 명령했다. 10월 현대자동차가 제출한 ‘개선계획서’에 따르면, 공정 재배치를 통해 원·하청 업무를 구분하고, 원청 소속 노동자의 결원이나 휴일특근 등으로 발생하는 필요인력은 파견노동자나 일용직노동자로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즉 원청 소속 직영노동자와 사내하청노동자의 혼재작업 때문에 발생한 불법파견 시비는 피해가면서, 직접생산 라인에 파견노동자나 일용노동자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개선계획에는 노동부의 사내하도급 점검 지침에 나와 있는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에 대한 사항은 언급되지 않았다. 결국 노동부는 현대차를 경찰에 고발하는 것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을 뿐이다.

노동계는 파견업종 전면 확대와 기간제 3년 사용을 뼈대로 한 정부의 비정규직 입법안이 비정규직의 확산과 고용불안을 오히려 부추길 것이라며 정부안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24일부터 간부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비정규직노조들은 “정부 입법안은 이런 비정규직들이 겪고 있는 고용불안과 차별을 하나도 개선하지 못하고 오히려 저임금 파견노동자와 3년 마다 해고되는 계약직 노동자들을 양산할 것”이라며 “정부안을 추진하려면 우리를 밟고 가라”고 말한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 법안 처리가 이번 정기국회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디에선가 차별받으며 해고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온전한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률과 사회제도가 절실하고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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