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준비하고 있는 ‘근골격계질환 인정기준 처리지침안’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6일자에 게재된 임상혁 근골격계질환연구소 소장의 처리지침안 폐지에 대한 기고문에 대한 경총 관계자의 반론이 들어왔다.<편집자주> 


임상혁 소장은 16일자 기고문에서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인정기준 처리지침(안)이 근골격질환 관련 직업병 승인의 장벽을 높이고 현재 요양 중인 산재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제약하기 때문에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소장의 주장은 외국의 통계를 잘못 이해하고 인용하거나 우리의 장기 요양환자 실상을 애써 외면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관적으로 침소봉대하는 오류가 적지 않다고 본다. 

“우리도 근골격계 질환자 적지 않다”

첫째, 안전보건시민단체에서 통용되는 자료를 근거로 영국의 근골격질환자는 우리보다 15배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용 자료는 우리나라에서 근골격계질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기 이전인 2001년 기준으로 작성됐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출처와 산식을 밝히지 않고 있어 신뢰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공단자료에 의하면 영국의 질환자는 2001년 3,694명(90년대 말부터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음)으로 전체 직업병의 48.7%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의 경우(2003년 4,532명, 전체 직업병의 46.9%)보다 결코 많다고 주장할 수 없다.

또한 미국의 경우는 산재보험으로 요양받는 근골격계질환자수(단순한 보고건수와 분리됨)는 직업병의 1/3수준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특히 우리와 신체적 조건, 산업구조, 산재보험 시스템이 거의 유사한 일본의 경우는 2001년 1,514명으로 직업병의 19.5%를 차지하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이 우리 근골격계질환 산재승인률은 93.7%이어서 독일의 2%내외, 스웨덴의 23% 보다도 월등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의 산재인정시스템 문제 때문에 근골격질환자의 발생률이 낮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휴업급여와 단협상 추가급여까지 받는다”

둘째, 근골격계질환은 조기에 낫지 않고 복귀시 재요양의 두려움 때문에 요양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동일 범주의 근골격계질환에 대해 건강보험보다 8.7배, 자동차보험보다 2배 높은 요양기간을 나타내고 있는 노동연구원의 통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오히려 우리의 휴업급여시스템과 단협상의 추가지출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근골격계질환자는 입원률 50%를 포함해 대부분 휴업급여가 지급된다. 이는 독일의 입원율 3.9%와 휴업급여 없이 요양급여만 받는 근로자가 77.2%나 되는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고 있다. 또한 단체협약상의 추가급여를 합산할 경우 근로하던 때 보다 더 높은 경제적 안정을 누리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셋째, 임상혁 소장은 퇴행성질환과 일상생활의 원인에서 오는 근골격계질환도 산재로 인정해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건강보험 체계를 인정하지 않은 매우 우려스러운 발상이다. 이미 사업주는 건강보험료로 매년 3조5천억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근로자의 모든 질병을 산재보험이 떠맡는다면 건강보험은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단지 건강보험의 보장 수준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근로자에 대한 온정주의와 배려의 차원에서 비작업성 질환을 직업병으로 인정하는 것은 사회보장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발상일 뿐만 아니라 산재예방 시스템의 왜곡을 초래할 뿐이다. 

“근골격계 처리지침안 너무 추상적”

경영계는 이번 근로복지공단에서 마련한 ‘근골격계질환 인정기준 처리지침안’에 대하여 매우 불만스럽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산재인정기준에 대한 질병별 세부지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요양기간도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표현돼 있다. 게다가 근골격계질환자의 장기요양을 부추기는 병의원에 대한 효과적이고 구체적 실사방안이 담겨져 있지 않고 도덕적 해이를 전문적으로 조사·적발하는 전담기관의 설치도 누락돼 있다. 지금 산업현장은 내수 경기의 심각한 침체 속에서 비작업성 근골격계질환 산재인정 확산과 요양장기화로 인해 기업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절박한 사정이 지속된다면, 경영계로서는 산재보험의 운영형태를 포함한 근본적인 개혁방안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영계의 주장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인정된 업무 관련성 질환자의 신속한 치료와 근로복귀를 지원하는 것은 기업의 책무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산재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기업과 정부·공단, 병·의원, 근로자간의 이해관계 상충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도덕적 해이 현상을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산재인정 및 요양관리 시스템의 구축을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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